[함영준이 만난 사람②조영래] 권인숙 성고문사건·망원동수재 소송···”정의는 독점돼선 안돼”
[아시아엔=함영준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 “인간은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할 때 불의에 빠진다.”(인권변호사 조영래, 1947~1990) 조영래는 서울대 운동권의 대부였다. 경기고 3학년 때,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정학을 당했으나 개교 이래 최고 점수로 서울대 전체수석 입학했다.
제13회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되었고, 1974년에는 민청학련사건 주모자로 수배, 1980년 사면됐다.
그 후 변호사가 되어 서울 망원동 수재민들의 소송을 대행했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서울시와 건설회사 잘못이다.”
이 소송은 1987년 1심에서 승소했고, 199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1만 2,000명의 주민들이 53억 원을 배상받았다.
조영래는 1980년대 중후반, 인권변론 통한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부천서 성고문사건 재판 때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권력은 놔두면 남용된다. 우리나라처럼 공권력이 강한 독재국가일수록 민의 견제가 필요하다.”
“정의란 누구의 독점물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남용의 위험에 빠진다.”
조영래는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성내지 않고, 오래 참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부정 대신 긍정을,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절제해고, 정의롭게 살면서도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서로 대립하고 싸우는 21세기 대한민국을 보면 그 조영래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