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박근혜, 같은 공학도 메르켈·대처한테 ‘사드 해법’ 구하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하나의 행동이 버릇이 되고, 버릇이 성격이 되며, 성격은 운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인의 느낌이 생각에 영향을 주고, 그 생각이 나라의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왠지 모르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는 것 없이 미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국가 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외교관이든,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마음이 편안한 상대가 있고, 거북한 상대가 있다. 이들이 중요한 외교정책을 판단하는 데에도 이 개인적 호오(好惡)가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공무(公務), 특히 외교에 사정(私情)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소는 분명히 작용한다.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시저’ 맥아더 장군이 시중드는 일본여자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판단이 흐려졌을 리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일본에 정이 더 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베개 밑 송사가 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진리다. 아이젠하워가 유럽 침공을 준비할 때 런던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했던 영국 여군과의 잔잔한 스토리도 비슷한 에피소드다.
독일인들은 독일어를 모르고서 독일철학을 하는 것은 목수가 도구가 없이 목공 일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전전 일본의 유명한 독문학자가 독일교수 집을 방문했다. 독일교수는 일본학자의 독일어가 서툴다는 것을 아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집의 애가 일본교수의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식의 독일어에 포복절도(抱腹絶倒)를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여 일본교수의 독일어 민낯이 드러났다. 오늘날에도 일본학자들이 이런 독일어를 쓰고 있다고 지레 짐작하면 안 된다. 그들은 패전 후 미국의 교육방법을 도입하여 일찍부터 구어(口語) 교육도 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물리학자다. 대처는 화학을 전공하였다. 과학자는 엄격하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지, 어떤 경우에도 셋이 되거나 하나가 될 수 없다. 메르켈이 일본에서 엄격한 과거사 정리를 촉구한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는 철저함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전통적으로 위관(尉官)은 규정(SOP)에 우선하고, 영관(領官)은 야전교범(FM)에 우선하고, 장관(將官)은 육군규정(AR)에 우선한다고 한다. 맥아더가 제식모를 쓰지 않고 필리핀에서 만들어준 모자를 즐겨 쓰는 것은 장군이라 허용이 되었다. 그만큼 장교의 경험과 판단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미군은 철저하게 법에 입각한 업무초리를 한다. 미군 지휘관은 법무참모를 ‘my lawyer’라고 부른다. 장관(將官)이라 할지라도 법무참모가 검토하지 않은 사안은 바로 육군성에 보고되고, 이상이 발견되면 지휘관은 즉각 교체된다. 미군과 협상을 해본 장교는 이것을 잘 안다. 주한 미국 리퍼트 대사의 “같이 갑시다”도 강력한 한미동맹을 만들자는 신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유달리 도타운 우정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풀브라이트와 록펠러장학금으로 다져진 친미감정(느낌)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까지 면밀히 챙기는 것이 직업 외교관이고, 외교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