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셔먼의 입, 김기종의 칼···리퍼트 대사의 의연함이 없었다면?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이 이번 소동에서 셔먼 발언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셔먼 차관은 국무성에서 서열 3위로 undersecretary for policy이다. 미국에서는 우리의 차관을 부장관(deputy secretary)이라고 부른다. 차관보(undersecretary)는 여러 명이 있는데, 정무담당이 선임이다. 따라서 셔먼은 정확하게는, 우리의 차관보급이다.

카네기재단에서 한 연설에서 셔먼 차관보는 “한중일 모두 책임이 있으니 빨리 정리하고 북핵문제와 같은 현안에 치중하자”고 발언하였다. 셔먼 차관보의 한·중·일에 대한 언급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이를 급히 진화하려고 서두르던 중에 이런 소동이 발생하자 놀랐던 모양인데, 직접 연관이 없는 듯하자 안도하는 모양이다.

통상 정부의 정책은 여러 단계와 방법으로 발표가 된다. 특히 외교정책은 “‘어’와 ‘아’가 다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되며 모두 사전에 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개된다. 특히 워딩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차관보 정도 되면 밖에 나가 하는 정도는 일일이 장관 승인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셔먼 차관보는 우리로 말하면 국방부 정책실장이 국방연구원(KIDA)에 가서 토론하는데 일일이 장관 승인을 받고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번 셔먼 차관보의 한일관계에 대한 워딩은 누가 보아도 상당히 신경질적이다. “값싼 도발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가져온다”라니. 이 발언이 나오자 주요 신문에서는 미국이 우방 정상을 모독하였다고 발끈하였다. 여기에는 그녀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 여성으로서 가진 콤플렉스도 묻어나는 것 같다. 한국인과 한국말에 정통한 인요한 박사 같은 사람이 봤을 때 “이건 위험하다”고 직감했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미국인 가운데 이런 분위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이 터지자 새삼 “한미동맹은 강건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공인의 언사는 정밀해야 한다. 최근 국방위에서 군 출신 국회의원이 “하사 아가씨”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 하나로 군인으로서 그가 평생을 쌓아 올린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린 것이다. 강력한 한미관계의 신뢰에도 ‘미선이 효순이 사건’같은 위기가 터질 수 있다. 당시 허바드 대사와 리스커시 장군의 대응은 셔먼 차관보의 엉뚱한 발언과 같이 서투른 것이었다. 이번 일을 당해 리퍼트 대사의 대범하고 필사적인 언행은 이런 위기를 덮고도 남음이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한·중·일 3국 관계는 수천년을 이어 온 것이다. 영토문제, 역사문제 등 수많은 것이 얽혀져 있다. 남이 함부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관계에 미국인이 아는 체 해서는 웃는다. 동양 3국은 다만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모토로 건실하게 진전해야 한다는 대명제만이 유효할 뿐, 모든 가능성은 열려져 있다. 외교부가 이번 셔먼 발언을 두고 대응하고 것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 오늘날 외교부에는 이승만 대통령 당시 변영태 장관과 같은 확고한 영도력이 필요하다.

외교에 있어서도 역시, 모든 것은 사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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