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하늘의 도움을 받으려면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란 말이 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온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자연환경이나 조건에 따른 특별한 도움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 운명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인생의 정해진 스케줄’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이 운명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원래 타고난 운명과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운은 엄연히 다르다. 살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어쩌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운명을 잘 알고 있느냐, 운명을 잘 활용했느냐의 문제다. 운명은 전선을 통해 전류가 흐르듯이 사람을 통해 흐른다고 한다. 우주는 변화함으로써 진화해왔고 변화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항상 해왔던 것만 계속하면 발전이 없거나 소멸의 길을 걷게 될 우려가 있다. 운명적인 것도, 운명이 사라지는 것도 결국은 다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칠 것은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고쳐야 하는 것이다. 나쁜 습관 고쳐서 단정한 사람이 되고, 좋은 습관 익혀서 귀한 사람이 되면 운명은 무조건적으로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성공하기를 구하는 데에는 도가 있다. 얻느냐 못 얻느냐는 천명에 따르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독자의 마음을 가장 통쾌하게 하는 부분이 적벽대전이라면 독자를 가장 아쉽게 하는 부분이 호로곡의 싸움이다. 어린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제갈량이 출정을 한다. 그는 혼신의 노력을 다한 최상의 작전으로 사마중달을 호로곡으로 유인하여 화공을 편다. 작전이 성공하여 사마중달에게 남은 것이라곤 후회와 통탄 그리고 죽음밖에 없게 된 순간, 아뿔싸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중달을 살린다. 하늘이 사마중달의 편을 든 것이다. 이때 제갈공명이 통탄어린 한마디를 뱉는다.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나,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로다.” 세상사란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력은 일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이나 그 일이 때(時)에 맞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때에 맞는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맞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늘의 의도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역할은 최선을 다하는데서 그치고 그것을 이루느냐 아니냐는 하늘의 몫이다.

이러한 이치를 아는 자는 일을 추진할 때 아무리 계획과 수행이 완벽하더라도 그 일이 100%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일을 이룸에 하늘의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상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늘의 뜻에 의한 실패의 경우까지도 예비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성패에는 인간의 노력뿐 아니라 하늘의 뜻도 있음을 설파한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있다. “운명과 노력 사이에는 끝없는 싸움이 있다. 그 싸움 가운데서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할 뿐 그 결과는 진리께 맡겨야 한다.”

<주역>의 괘상(卦象)을 하나 소개한다. ‘천택리(天澤履)’라는 괘상은 하늘 앞에 자신을 겸허하고 경건하게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하늘 아래 연못처럼 인간은 자기 자신을 하늘 앞에 활짝 열어 보임으로써 행운을 그 안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근면하고 실력이 좋아도 거기다 운을 좋게 하려는 마음가짐도 함께 더해야 일이 성사가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뚜렷한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그저 경건한 마음을 가지면 된다. 현재 불행한 사람이라면 실력보다는 운에 기대해 보는 것도 좋다. 이는 게으른 생각이 아니다. 실력은 항상 발휘해야 하는 것이므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실력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조심스럽게 최선을 다하면서 운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하늘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재수 나쁜 짓’부터 그만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재수 나쁜 짓인가? 근면이나 실력에 자만하는 것이다. 실력과 근면은 누구나 가진 것이다. ‘나에게는 실력 외에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리, 하늘과 하나라는 생각하는 순간 운이 좋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천진(天眞)이라 천심(天心)이라 하는 것은 하늘과 사람의 마음이 하나요, 둘이 아닌 까닭이다. 사람이 바로 이 진리를 알아야 진리를 두려워도 하고 숨은 공도 쌓을 줄 알게 된다. 그래서 정당한 일에 지극한 정성을 들이면 그 정성의 정도와 일의 성질에 따라서 조만(早晩)은 있을지언정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

그 일이 잘 진행되어 점차로 그 목적을 달하는 수도 있고, 또 불가사의한 기운이 응하여 일시에 그 목적이 이루어지는 수도 있다. 그래서 큰 일을 하는 사람은 마음을 허공같이 비워야 한다. 허공은 비었으므로 일체만물을 소유한다. 대인이 되려면 마음을 허공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리와 하나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진리와 하나되는 것, 진리의 체성(體性)에 합하고 진리의 위력을 얻는 길이다. 서원(誓願)과 욕심은 비슷하다. 그러나 서원은 나를 떠나 공(公)을 위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대원을 성취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을 청정히 한다. 그러면 ‘모사재인 성사재천’으로 원하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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