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중국군에 大將이 없는 이유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과 인터뷰한 가운데 한 말이다. 참으로 폐부를 찌른다. 미국의 국무장관은 단순히 외무부 장관이 아니다. 닉슨이 사임할 때의 법적 행정적 조치를 키신저 국무장관이 담당한 데서도 보듯이 연방정부의 총괄업무도 수행하는 책임과 권능을 가진 것이 국무장관이다. 외국 사람들도 부통령 이름은 몰라도 국무장관은 대부분 안다. 그런데도 파월이 “前 국무장관이라는 말은 있어도 前 장군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일생을 군인으로서 헌신해온 데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장군으로서의 긍지를 절절히 느낄 수 있다. 파월 합참의장은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체니 국방부 장관과 더불어 탁월한 전쟁지도로, 슈와르츠코프 장군의 완벽한 작전 실현을 뒷받침하였다. 걸프전쟁을 통하여 과시된 현대전의 양상과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실력에 러시아와 중국은 전율하였으며 김일성도 핵과 사이버전 등 비대칭전에 치중하게 된 것도 이 작전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은퇴 후에도 타이틀을 일생토록 유지하는 직함이 세 가지가 있다. 상원의원(SENATOR) 대사(AMBASSADOR), 장군(GENERAL)이 그것이다. 같은 문화권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군 출신은 ‘장군’을 선호한다. 김정렬 장군은 4.19 당시 국방부 장관, 5공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지만 군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김정렬 장군으로 불린다. 백선엽 장군도 박정희 정부에서 교통부 장관을 지냈지만 백선엽 장관으로 부르는 군인은 없다. 언론인 중에서 이를 모르고, 또는 비아냥대려고 백선엽 장관으로 부르는 일이 있기는 하다.

안철수 후보를 두고 언론에서는 ‘前 교수’라는 희한한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대선 중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사퇴하였으니 (전) 후보라 할 수도 없고 서울대의 융합대학원의 교수를 잠시 지냈으니 前 교수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고 해서 그렇게 쓰는 모양인데 별난 호칭이다. 대학사회에서는 박사, 교수, 선생 중 선생을 선호한다. 박종홍 선생이라고 하지 박종홍 박사, 박종홍 교수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선생이 가장 높은 존경의 염을 담은 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제대로 된 존칭으로 알고 있으나 중국, 일본에서는 ‘선생’이라고 하면 족하다. 손문 선생이라고 하지 손문 선생님이라고는 않는다.) 장군들이 예편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굳이 ㅇㅇ박사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것은 치기(稚氣)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면 족하지(러시아에서 ‘정식’ 박사를 받았다고 하여) 김대중 박사가 낯설은 것과 같다.

“前 국무장관은 있으나 前 장군은 없다”고 하는 파월 장군에게서 우리는 군인정신의 정화(精華)와 장군의 도를 본다. 파월은 또한, “나는 전쟁에서 싸웠기에 (위험성을 잘 알며)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쟁이 나면 젊은 남녀가 죽는다. 사람들은 나를 전쟁을 꺼리는 장군(reluctant general)이라고 부르는데 맞는 말이다”고도 말한다. 장군도의 정수를 보여주는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를 누리게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장군이다.

20세기 최고의 장군의 하나인 파월 장군의 언명은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하물며 대장이야! 등소평이 대장을 사양하였기에 중국군에는 아직 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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