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평화의 사도’ 악과 불의엔 단호

가까이서 본 ‘가난한 이들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체스코 교황이 지난 6월21일 이탈리아 남쪽 칼라브리아(Calabria)를 방문하여 미사 강론 중 마피아를 파문한 말씀에 세계가 놀랐다. 이제까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말씀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다는 통념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도 TV중계를 통하여 강론을 듣다가 교황께서 직접 ‘파문’(excommunication)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마피아를 비난하는 모습에 놀랐다.

교황은 “마피아는 파문되었다”고 말한 후, 칼라브리아 지역 사람들에게 “돈을 숭배하고 선을 무시하는 ‘은드란게타’(ndrangheta,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의 마피아 이름)와 싸우라”고 격려했다. 이 미사에는 25만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지난 1월19일 바로 이 지방에서 마피아가 코코(Coco)란 귀여운 이름의 세살박이 니콜라 캄폴롱고(Nicola Campolongo)를 그의 할아버지와 함께 살해하고 불태운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무리 마피아라 해도 이런 짓은 한 적이 없었기에 이탈리아 전역이 분노했다. 이어 3월에는 마피아를 거슬러 그 지역을 살려 보려던 사제 한 분도 같은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이곳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했다.

엽기적 살인 행각 마피아 본거지 방문 ‘파문’ 선언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의 끝없는 용서와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악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지난 5월25일에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그 지역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최고지도자들을 만났다. 교황의 이 지역 방문은 50년 만이다. 교황은 양측의 지도자들이 바티칸에 모여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마침내 6월8일 저녁 바티칸 정원 기도모임에 이스라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함께 참석해 평화를 기원했다. 예삿일이 아니다. 그분이 ‘평화의 사도’라고 불리는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전쟁을 하는 것보다 평화를 지키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인상적인 말씀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은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교황으로서 반포한 ‘현대세계의 복음선포에 관한 교황권고-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통해 더 분명하게 확인된다. 교황의 기본 생각은 복음에서 만난 그리스도를 따르는데 있다. 교황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인용하여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디아서 5장6절)이라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육신도 없고 십자가도 없는 순전히 영적인 그리스도를 찾거나 육신 없는 예수님, 다른 이들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으로 이 시대의 목마름을 채우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며 그리스도 신앙의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을 강조한다. 교황은 “교회사는 희생과 희망과 일상적 투쟁의 역사이며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노고도 마다하지 않은 삶의 역사이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것”이라며 교회가 걸어온 길과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정리했다.

교황은 겉치레에 집착하고 자기 내면과 자기 관심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에게 “이는 선으로 포장된 끔찍한 타락”(복음의 기쁨, 97항)이라며 “교회의 사목자들은 인간생활과 관련되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교황은 또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종교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어야 하고, 오로지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그리스도인의 회개는 사회질서와 공동선 추구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복음의 기쁨, 182항)고 선언함으로써 종교와 일반사회의 관계를 재설정했다.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서 비켜서 있어선 안돼”

교황은 말한다. “어느 누구도 종교를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 가두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다. 종교는 국가 및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및 사회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다.”

교황은 또 ‘복음의 기쁨’(183항)을 통해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이며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다. 정의가 모든 정치의 목적이며 고유한 판단기준이라면,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나 정치에 대한 종교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불의하고 부정한 정권이나 정치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이다.

교황은 “소수의 재화 독점을 극복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모든 사람의 삶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연대는 재산의 사회적 기능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사유재산에 앞선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재산의 사적소유는 그 재화를 증진하여 공동선에 더 잘 이바지할 수 있을 때에 정당화된다. 이런 까닭에 연대는 가난한 이들에게 속한 것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결정으로 실천되어야 한다.”(복음의 기쁨 188, 189항).

교황은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개인주의나 무관심,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이 그 부끄러운 굴레를 벗어버리고 더욱 인간적이고 고귀하고 유익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으로 지상에서 품위 있게 살아가도록 도와 드리려는 것”이라고 밝힌다.(복음의 기쁨 208항)

오늘의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끈다고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교황은 “교회가 가난해져야 하며, 교회의 가난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가난해지는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복음을 실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과 복음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가난해지고,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라고 요구한다.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자는 가차 없는 심판을 받는다. 자비는 심판을 이긴다.”(야고보서 2장 12-13절).

프란치스코 교황이 갖는 매력은 외적인 풍모에 있지 않다. 그분의 매력은 복음에 충실하도록 우리를 이끄는 데에 있다. 그분은 양 냄새를 풍기는 좋은 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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