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칼럼] 세계 최대 생태평화공원 ‘DMZ’

남북 관계는 해빙기와 냉각기를 반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북한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방문 일정을 연장하질 않나, 남북 적십자 대표들이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차갑게 얼어붙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한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해방기를 맞으면 나는 도리어 걱정이 태산 같다. 다름 아닌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남북 간의 대화를 촉진했다는 공로는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DMZ의 자연환경에는 독이 되고 말았다. 인간의 정치적 평화는 종종 자연의 죽음을 부른다. DMZ는 이미 경의선과 동해선의 재개통으로 인해 바다와 단절된 고립 생태계가 되었다. 언젠가 통일 되어 끊겼던 강원도와 경기도의 도로들이 모두 다시 이어지면 전 세계가 인정한 온대지역 최상의 자연보호구역인 DMZ는 결국 수많은 작은 생태계들로 토막 나고 만다.

생태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서식처 파편화(habitat fragmentation)’라고 부른다. 동일한 면적이라도 하나의 거대한 지역으로 보호하느냐 아니면 여러 개로 잘게 쪼개느냐는 상당한 질적 차이를 낳는다. 서식처가 여러 개로 나뉘면 핵심 구역 즉 깊은 숲은 사라지고 변방 지역만 잔뜩 늘어나, 훼손된 생태계에서 흔히 보이는 기회주의적 생물들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두루미, 저어새, 늑대, 표범 등 정작 보호하고 싶은 큰 동물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역시 DMZ가 갖고 있는 엄청난 생물다양성과 다분히 역설적이지만 한 많은 역사적 배경이다.

지난 2009년 열린 ‘DMZ 국제 심포지엄’에 동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DMZ를 게티즈버그역사공원과 요세미티국립공원을 합쳐놓은 21세기 세계 최고의 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만 한다면 나는 세계의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로 구름같이 몰려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DMZ를 통째로 보전하자는 계획이 꼭 남북정상회담의 어젠다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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