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시아 경제 전망] 중동↑, 일본·동남아↓, 중국 보합
회복세 보이는 세계 경제, 아시아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4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2.9%에서 2014년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1%에서 4.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4.1%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만 한정해서 보면 조심스럽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지난해 1.8%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도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7%대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인도 등 신흥국은 미국의 양적완화 충격으로부터 얼마나 잘 버텨낼지가 관건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아시아 각 지역별 경제를 전망해 본다.
중국 7%대 유지, 일본 둔화, 인도 침체 계속
중국경제는 최근 소비 둔화, 과잉투자, 금융불안, 소득불균형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림자금융(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간 간 거래), 지방부채 과다 등 돌발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경착륙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정부 역시 성장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 위주 경제구조,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의 과제를 착실하게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01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안정적인 7% 중반으로 예상된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4년에 경제상황이 돌발적으로 악화될 경우 중국정부가 지난해 7월 실시했던 경기부양책을 재차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년과 큰 차이 없는 7.5% 내외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은 2년6개월 만에 경기회복을 선언했다. 6월 기준 완전실업률이 전월 대비 0.2% 포인트 하락한 3.9%로 4년8개월 만에 개선됐다.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아베노믹스 성과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일본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2분기 이후 소비 위축과 경기악화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2014년도 경제성장률을 각각 1%, 1.3%로 예측했다.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막으려는 정부 정책과 해외 경기 여건 변화가 일본 경제성장의 변수다. 현재 5%인 소비세율은 올 4월 8%로 인상될 예정이다.
손호길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아베 내각이 진정한 일본의 경제부흥을 이루려면 투자감세, TPP협상, 혼합진료 허가, 기업의 농지소유, 해고규정 완화, 세금인상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의 관계개선, 원유가격 상승 등 외부적 위험요인에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경우 자본유출이 지속되면서 투자와 소비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경제 자체 요인뿐 아니라 선진국경제 회복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여러 대내외 요인을 감안하면 2014년에도 인도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만 인도정부가 내부적으로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 감축을 실현하고 주요 개방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전환점 마련도 기대된다. 2014년 인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 초반이다.
김예나 코트라 뭄바이무역관은 “2014년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정치권에서는 정쟁과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제조업 육성에 대한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태국 금융불안…미얀마 주목
동남아 신흥국 경제도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14년 동남아시아 경제는 약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2014년 경제성장률을 5.4%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5.5%, 태국 5.2%, 말레이시아 4.9%, 필리핀 6%, 베트남 5.4% 수준으로 아시아개발은행의 전망치와 유사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라오스(7.6%), 미얀마(6.5%), 캄보디아(7.2%)는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2014년 경제성장률은 라오스 7.7%, 미얀마 6.8%, 캄보디아 7.5%로 전년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되는 미얀마의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동남아 경제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요소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수출 회복 여부다. 특히 2013년 인도네시아, 태국의 수출부진은 경제성장 둔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내수시장중심 정책 선회도 변수다.
긍정적인 것은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역내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과 중국의 빠른 임금 상승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다수 외국인 투자유치를 경제 성장과 산업화의 주요 동력으로 삼아왔다”며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르크 10%대 성장 이어갈 듯
지난해 중앙아시아 경제는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였다.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2012년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성장률이 다소 내려갔다. 카자흐스탄은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에도 유럽 러시아 경제 침체 영향으로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는 경제성장률이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IMF는 카자흐 5.2%, 우즈벡 6.5%, 투르크 10.4%, 타지키 5.8%, 키르기 6.5% 경제성장률을 제시했다.
중앙아시아 주요 이슈로는 산업다변화와 인프라 개발, 중국 영향력 확대, 관세동맹 확대 등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극복하고 비에너지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다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동시에 주택건설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경제특구 설립을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인프라 건설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경제성장의 핵심인 가스 수출 노선의 다변화와 섬유, 관광 등 비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금과 같은 광물, 알루미늄 등이 주요 산업인 키르기스스탄은 섬유를 비롯한 제조업 발전과 인프라 건설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또 타지키스탄은 수력발전 용량 확대를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송유관 가스관을 연결해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최대 유전인 카샤간 유전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다. 교역에서는 중국이 이미 2012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러시아에 이은 2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이 세력을 넓혀가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조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CIS팀 부연구위원은 “향후 관세동맹의 혜택을 받는 러시아 제품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관세동맹국 간의 경제협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동, 정치안정 속 성장 전망
중동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아랍의 봄’ 등 정치적 불안요소를 극복하고 양호한 경제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까지 5년간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중동 산유국들에게 유입되면서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마쉬라크(걸프만)와 마그립(북아프리카) 지역의 산유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석유 세입을 기반으로 양호한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인프라 확충과 함께 석유 관련 산업,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14년 중동경제는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어 3%대 후반의 성장이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수출국은 국제원유 수요 증가로 인한 석유부문 성장과 더불어 건설, 금융, 물류 등 비석유부문 성장으로 4%대 초반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이라크와 리비아는 치안이 회복되고 원유생산과 외국인투자가 증가하면서 성장 동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산유국의 경우 시민저항이 끝나 사회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김중관 한국중동학회장은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 환경 문제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되는 정정·치안불안도 경기회복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