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한일관계, 민간 차원에서 풀자

<동북아역사재단-아시아엔(The AsiaN) 공동기획>

*편집자 주: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격랑이 일고 있다. 뿌리 깊은 영토분쟁과 민족갈등이 상존하는 가운데 북한 핵 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질서를 모색 중이다. 아시아엔(The AsiaN)은 동북아역사재단과 공동기획으로 한·중·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동북아 역사현안 및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는 국제전문가 기고 시리즈를 마련했다. 총 8회에 걸쳐 한글·영어·중국어·아랍어 등 4개 국어로 게재되는 이 기고 시리즈는 역내 현안에 대한 아시아 각국 전문가·언론인의 깊이 있는 통찰과 분석, 해법을 제시한다.

[동북아현안 국제전문가기고 시리즈]③ 한일관계, 민간 차원에서 풀자??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해지는 것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다르다. 필자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자만심은 버리고 겸손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수련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하나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으로, 인류가 지금껏 역사의 흐름과 함께 풀기 위해 애써 온 과제 중 하나이다.

자민당 지지세력이라도 양심 있는 일본인이라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없을 리 없다. 마찬가지로 좌우를 막론하고 합리적인 한국인이라면 단 3개 이웃국가 중 하나인 일본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원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일 관계에 접근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풀기가 어렵다. 이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다. 인류 역사에서 쉽게 풀지 못한 ‘균형의 문제’이다.

한일 양국관계에 대한 원칙적 해결 방안은 일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일본이 한국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슬픈 과거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사안에 따라서는 외교문제를 정치인이 푸는 것이 최선이 아닐 때도 있다.

필자는 한일관계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양국 정치인들보다는 민간 외교관들, 즉 민간단체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이들이 한일관계 문제를 풀기로 결심하고 노력한다면 양국간 갈등은 줄어들고 이웃 관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일제강점기에 25만여 명의 일본인이 한국에 공무원으로 파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일본인이 사업·투자를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한국에 왔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강제이주이긴 했으나 한반도에서도 100만여 명의 한국인이 일본이나 만주 등지로 옮겨갔다. 짧은 기간 동안 양국 국민간 운명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인과 일본인들 모두 아픈 추억과 행복한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당시의 상황과 희로애락을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양국 국민 간 만남은 계속돼 수많은 한국인이 일본에서 유학 중이며, 수많은 일본인이 한국에서 유학 중이다. 유럽이나 중동 국가,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과 일본인 유학생들은 서로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세계 각국에 파견된 많은 한국 대사들이 해당 국가에 파견된 일본 대사들과 가장 친하다고 한다. 이는 해외에 나간 기업들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터키에 있을 때, 터키의 가라오케 바에는 한국인 기업인들과 일본인 기업인들만 간다고 들은 적이 있다.

더구나 숱한 외교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은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그들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으며 귀여운 혼혈 아이들을 하늘나라에서 이 세상으로 운반하고 있다. 그 귀엽고 똑똑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균형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 인물들이다.

물론 필자는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복잡한 부분이 있어도 한일 관계에는 다른 이웃국가 관계에는 없는 장점들도 있다.

따라서 한국 민간인과 일본 민간인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일본 국민 모두가 한국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 국민들도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 가슴 속 앙금이 풀릴 것이다. 양국민의 상호 이해가 선행되면 양국 정치인들이 정치·외교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양국민의 친밀한 마음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유럽에는 유럽연합(EU)이라는 범국가 기구가 존재한다. 비록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민족간 대립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원인 때문이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서로 반감을 갖고 다퉜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 일본, 중국 간 갈등은 비교적 적다.

동북아 3국보다 더 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은 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잘 해결해냈다. 필자는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은 유럽연합과 같은 범국가 기구 없이도 양국의 노력을 통해 최소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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