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굴리는 ‘행복의 수레바퀴’
<동북아역사재단-아시아엔(The AsiaN) 공동기획>
*편집자 주: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격랑이 일고 있다. 뿌리 깊은 영토분쟁과 민족갈등이 상존하는 가운데 북한 핵 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새로운 질서를 모색 중이다. 아시아엔(The AsiaN)은 동북아역사재단과 공동기획으로 한·중·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동북아 역사현안 및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는 국제전문가 기고 시리즈를 마련했다. 총 8회에 걸쳐 한글·영어·중국어·아랍어 등 4개 국어로 게재되는 이 기고 시리즈는 역내 현안에 대한 아시아 각국 전문가·언론인의 깊이 있는 통찰과 분석, 해법을 제시한다.
[동북아현안 국제전문가기고 시리즈]④?北영화 ‘행복의 수례바퀴’, 인도영화 ‘엑 타 타이거’의 교훈
“대동강 저녁 경치가 참 좋지요.
대동강은 정말 평양의 젖줄기야.
대동강!
우리 수령님 한 생 이으리
천군같은 그 사랑
우리 장군님 품어주시는
하늘같은 그 믿음
조국을 받드는 길에
우리 맘 하나가 되어
행복을 가꾸어가리
조국을 받드는 길에
우리 맘 하나가 되어
행복을 가꾸어가리”
북한 영화 ‘행복의 수레바퀴’(연출: 공훈예술가 정건조, 림철호, 각본: 김성옥, 음악감독: 김영성) 끝부분에 나오는 노래다. 이 영화는 자녀 둘을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10년간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건축가 지향(리미향 분)이 다시 일에 복귀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설계사무소의 유능한 직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그녀는 장군님과 수령님이 국가 건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일을 그만둔 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난 10년 동안 다른 기술자들이 조국을 위해 더 좋은 건물들을 지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향은 홀로 대규모 설계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마침내 지향은 설계실 실장으로 임명된다. 조선예술영화촬영소는 이 영화를 제작한 공로로 김일성훈장을 받았다. 이 영화는 몇 주 전 열린 ‘쿠웨이트 시네마 주간’ 영화제에서 북한 영화 대표작으로 상영됐다.
이스라엘 핵은 왜 국제사회 제재대상 아닌가 ?
나는 이런 영화가 북한사회 내부를 읽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북한 밖에서 우리는 북한주민들의 상황과 동기, 태도를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이해하는 듯이 행동한다. 우리는 독재라는 동전의 반대쪽 면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세계 매체들이 북한의 ‘나쁜’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핵 이미지로부터?떨어져 북한을?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우상을 비판하는 이들 중 아무도 “왜 북한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동 아랍권 국가에서는 누군가가 다음과 같이 묻는다면 더 많은 놀라움이 제기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북한이나 이란처럼 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받거나 제재받지 않는데, 북한은 왜 (이란과 함께) 악의 상징으로 여겨지나요?”
따라서 세계인이 북한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악의 국가 이미지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북한을 따라하고 싶어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던 다른 많은 나라들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미디어를 통해 ‘악의 축’을 겨냥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불안을 조성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미국의 행동에 항의시위를 벌이는 전세계 수백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쁜’ 이미지를 미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위는 미군 무인 비행기의 무고한 시민 살해에 항의하는 이슬람 시위가 벌어지는 파키스탄에서 뿐만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필리핀 운동가들과 시위대는 미군의 기뢰제거 소해정 가디언이 지난 1월 필리핀 남서쪽 해역에 있는 세계자연유산 투바타하 산호초를 훼손했다며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바다거북 모양의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여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이 미디어 전쟁에서 영원히 승리할 수 없으며, 세계는 전쟁을 시작할 명백한 이유가 없이 미국을 대신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거나 강제로 동원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라크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핵 파괴를 목적으로 발발한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핵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방법은 말로 혹은 물리적으로 싸우는 대신 제3의 대안을 찾는 것뿐이다.
‘평화의 힘’에 대한 굳은 믿음, 북핵 해결책 ?
국제 제재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나는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수석연구위원 겸 보아오 아시아포럼(BFA) 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월 17일 중국국영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바에 동의한다. 그는 북한을 징벌하는 데 제재는 아무 소용이 없으며, 중국은 그런 제재에 대항해 북한에 대한 원조의 문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확신컨대 쿠바나 남아프리카, 이란, 리비아, 시리아와 같은 다른 제재 대상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중국이 없더라도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에 이들 국가가 그랬듯이 북한도 제재를 피하는 비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는 중국이 핵 보유의 길로 가고 있는 북한을 돕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시위 위원이 중국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사안들에 대해 설명한 대로 다른 방식을 찾는 것이 옳다.
첫 번째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이렇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믿는 반면,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더 안전해질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면 번영의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상황은 북한이 중국을 믿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만약 중국이 이런 제안을 한다면 리비아와 이라크의 상황을 들고 나올 것이다. 양 위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국제사회가 명확한 기회비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런 시스템의 부재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왔다고 믿고 있다. 북한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분명하지만 이들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이익은 불분명하다.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은 이미 핵 보유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주변에 핵 보유국이 하나 더 생겨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 관리들에게는 매우 다른 문제다. 북한은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국경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인도의 비핵화를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도의 핵무기는 지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의 중심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문제가 완전히 다르다. 동북아지역은 경제 중심지 중 하나이며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다. 또한 중국은 몇 십 년 혹은 몇 세기동안 지속될 북한의 항구적인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모든 당사국들이 함께 고민해 북한에게 비핵화의 이익을 저울질해 볼 기회를 제공할 명분이 된다.
나는 북한이 이웃나라들과 교류하도록 더 많은 관광·교욱·문화·사회 프로젝트가 장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매년, 매달, 그리고 매일 러시아·필리핀 등 동아시아 지역의 서로 다른 국적의 승객들을 태운 평화의 열차가 중국과 일본, 한국을 통과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그룹 스포츠 캠프를 열고, 대학이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영화가 자유롭게 배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는 모든 국가의 정부와 민간, 두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내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모든 영화관에서 카비르 칸(Kabir Khan)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 ‘엑 타 타이거(Ek Tha Tiger)’가 상영되고 있었다. 이 영화는 더블린에 있는 과학자로부터 정보를 알아내 오는 임무를 맡은 인도 정부의 첩보요원 타이거(살만 칸 분)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학자의 조수인 조야(카트리나 카이프 분)는 적국인 파키스탄의 첩보요원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결혼해 양국의 정보부처로부터 벗어나 살고자 한다. 타이거와 조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는 이들이 서로에게 속해 있으며 그들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서로가 결합해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보부 요원들은 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는 자국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칠 뿐이다. 타이거의 상사가 타이거에게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물었을 때 그는 “모든 사람들이 원치 않는 전쟁을 위해 싸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라고 답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평화의 힘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질 때 미래는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전쟁의 침략자가 아니라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 뉴 실크로드를 재건하자. 행복의 수레바퀴는 실재한다. 그 바퀴는 우리 모두에 의해 굴러가야 한다. <글=아시라프 달리/쿠웨이트 알 아라비 매거진 에디터>
* 북한 영화 ‘행복의 수레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