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조세형32] 하나님께 따져 물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습니까?”
나는 어려서부터 둔하고 미련했다. 그런 본성이 그대로 나타났던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 일흔이 넘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이 나를 불러 어떤 아이를 찾아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나는 운동장에서 그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그 아이 집까지 찾아갔다. 날이 어두워지고 아이는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 하고 같이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나는 어둠에 묻힌 텅빈 교무실의 선생님 책상을 보면서 ‘왜 선생님은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미련함은 대도 사건에서도 비슷했다. 다만 어린 시절의 선생님 대신 하나님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40대 초반 기도원에서 하는 영성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몸으로 뭔가 느끼는 독특한 신비체험이 있었다. 성경 속 도마같이 보이고 만져져야만 하는 나같은 어리석은 존재에게는 그런 증명을 해주시기도 하는 것 같았다.
기도가 끝나는 날 나를 데리러 온 아는 목사가 대도의 변호를 부탁했었다. 나는 거절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청송 골짜기로 가야 하는 귀찮은 일이었다. 목사는 부탁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자기도 모르는데 하도 불쌍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약간 화를 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그게 하나님의 명령 같았다. 나는 하겠다고 했다.
대도를 처음 봤을 때였다. 그에게 걸맞지 않는 엉뚱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내게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답까지 가르쳐 주었다. 표현이 달랐지만 내 식으로 요약하면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는 감옥 안의 한 슬픈 죽음을 얘기하면서 세상에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평생을 도둑으로 살다가 감옥에서 비참하게 죽을 운명이라고 예언했다. 자기가 세상 무대에서 맡은 배역은 저런 인간도 있구나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은 입이 없다. 죄인의 입을 통해서 내게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를 변호하고 인권을 얘기하자 세상에서 욕과 비난의 돌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온갖 비웃음과 야유가 있었다. 권력의 협박을 받기도 하고 어느 순간 공명심에 들뜬 변호사가 됐다. 인권변호사들은 그래도 민주화투쟁을 하다가 감옥을 간 사람을 변호했다. 명분이라도 있었다. 나는 도둑의 분신이 되어 무참하게 두들겨 맞았다. 도중에 빠져나와야 했다. 미련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엉뚱한 말 한마디가 속에서 튀어 나갔다.
대도를 집으로 데려가서라도 참회시킬 테니 풀어달라고 했다. 재판장이 그 말을 듣고 석방시켰다. 솔직히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 분이 내 입을 사용해서 자기 말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고생을 했다. 그분은 대도를 참회시켜 주지도 않고 내버려 두면서 나만 얻어터지게 만든 것 같았다.
하나님이 나한테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건이 끝나고 나는 하나님께 이의를 제기했다.
‘대도까지 뒤에서 나를 욕한다고 하는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습니까?’
‘너는 누구를 보고 일했니? 내가 기도원에서 나오는 너를 찾아갔을 때 너는 그 일이 내가 주는 소명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리고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그 일을 왜 나같은 미련한 놈을 시키셨습니까? 나는 공명심에 들뜬 놈이 됐습니다. 내가 언제 자청했습니까? 시키니까 마지못해 소명으로 알고 시작했죠.’
‘나는 원래 미련한 놈 어리석은 놈에게 일을 시킨단다. 약아빠졌으면 그런 일을 하겠니? 그리고 공명심이라는 것도 그렇다. 내가 인간의 속에 다 심어준 거다. 없는 놈이 어디 있겠니? 다만 그게 몇 퍼센트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겠니? 욕을 먹은 것도 그렇다. 하나님인 나도 사람으로 세상에 잠시 갔을 때 사람들이 마귀라고 욕하고 침을 뱉더라. 아무리 정결한 사람도 비난받는 게 세상이란다.’
‘그래도 남들은 십자가에 기대어 하나님 덕을 보는데 나는 이게 뭡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십자가를 나누어 지라고 했지 타고 가라고 한 적이 없다. 너도 기도할 때 나를 따라 자진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겠다고 말하지 않았니?’
‘말이 그렇다는 소리지 그래도 결과가 이게 뭡니까 세상의 희롱거리만 됐잖습니까?’
‘무슨 그런 소리를 하니? 감옥 안에 인간을 학대하는 시설이 지금 어디에 있니? 없어졌잖니?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박영두의 죽음을 제1호 의문사로 인정하지 않았니? 그리고 사회보호법도 국회에서 폐지되지 않았니? 네가 바라던 걸 다 해줬는데 왜 그러니?’
‘이왕이면 대도도 참회 시켜주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내가 멋진 성공을 거두었을 텐데’
‘하나님인 나를 너의 좁은 소견으로 재면 안되지. 나는 나대로의 계획이 있단다. 그걸 인간들은 이해할 수가 없지.
내가 감독으로 대도에게 준 배역이 있단다. 네가 처음 대도를 만났을 때 내가 대도의 입을 통해 그걸 알려줬을 텐데’
‘알겠습니다.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겠습니다. 그냥 일을 시켜준 것 만도 감사하며 복종하겠습니다.’
하나님은 대도 사건을 통해 나에게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을 열어주신 것 같다. 큰 선물이었다.
요즘 김호중 이라는 트로트가수의 음주운전과 거짓말 등으로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나중에 김호중 건에 대한 엄변호사님 의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