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마음교육봉사단 최병규 단장 “다문화 학생 20만명, 인구 절벽시대 한국의 보물”

1월 27일 열린 도봉다문화엄마학교 1기 졸업식. 이날 필리핀·베트남·중국·일본·타지키스탄 국적의 다문화 엄마 15명이 5개월간 한국 초등교육 과정을 배우고 학사모를 썼다. 최병규 한마음교육봉사단장(뒷줄 왼쪽 첫 번째)과 최 단장과 함께 이 학교를 이끄는 박진우 도봉다문화학교 교장(뒷줄 오른쪽 세번째) 


사재 털어 다문화 교육 봉사…전현직 교사·교수들 엄마·아이 가르쳐

[아시아엔=박수진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한국에 시집 오셔서 아이들 교육에 걱정 많으셨죠?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우고,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게 된 걸 축하합니다.”

1월 27일 서울 도봉가족센터에서 열린 도봉다문화엄마학교 1기 졸업식.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갖춰 입은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일본, 타지키스탄 출신 다문화 엄마 15명에게 최병규 한마음교육봉사단장이 격려를 보냈다.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최 단장은 다문화가정 엄마와 자녀의 교육을 위해 2015년 한마음교육봉사단(이하 봉사단)을 설립했다. 봉사단은 다문화 자녀가 초등학생일 땐 엄마에게 초등 교과목을 가르치고, 중고교생이 되면 아이에게 직접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 전 과정이 무료이고 전·현직 초·중·고 교사와 이공계 대학교수들이 선생님이다. 엄마학교만 전국에 35곳, 지금까지 졸업한 다문화 엄마가 2000명이다.

기계가공과 제조시스템 운영 자동화·정보화 분야의 권위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연구자(HCR)에도 뽑힌 최병규 단장이 정년 후 다른 일을 마다하고 봉사에 투신한 건 다분히 ‘산업공학자 기질’ 덕이었다. 그는 대형 선박 프로펠러 가공 시스템 등을 개발해 산업 현장에 괄목할 발전을 이끌었다. 예비 며느리와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알게 됐고, 평생 해왔듯 “문제가 있으면 해법을 찾아야지” 생각했다. 문헌 속 해외 교육봉사 사례를 조사하고,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를 찾아 교사들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선 다문화 아이들 교육의 열쇠가 ‘엄마’라고 했다. “초등학생 학습 지도엔 엄마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다문화 가정은 어렵다고 하더군요. 숙제도 잘 안 해오고, 선생님이 전화하면 엄마들이 한국어에 자신이 없어 연락도 안 받는다고요. ‘엄마의 지원’ 바퀴와 ‘사교육’ 바퀴로 굴러가는 한국 교육인데, 다문화 가정은 꼭 ‘양쪽 바퀴가 망가진 채 달리는 마차’인 셈이죠.”

선뜻 함께 나서는 이가 없자 주저없이 사재를 털었다. 뛰어난 연구 성과로 사우디 킹 압둘라 대학에 초청돼 3년간 특훈겸임교수를 지내며 받은 거액의 ‘오일 머니’를 종잣돈 삼아 대전에 엄마학교 1호를 차렸다. “사우디 왕은 알까? 자기가 이렇게 좋은 일을 도운 줄을.” 봉사단에서 강의하며 도봉 엄마학교 교장을 맡은 그의 후배 박진우(서울대 산업공학 70-74)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가 건넨 농이다.

엄마학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태블릿PC를 지급받는다. 5개월간 국어·수학·역사·사회·과학·실과·도덕 총 7개 초등 교과목 강의가 원격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둘째까지 키우며 바쁘게 일하는 다문화 엄마들에게 맞춤 교육을 하고 싶어 교육공학도 공부했죠.” 어느 때나 수업을 듣고, 주말 대면 수업에 출석해 공부한 내용을 질문하고 토론하는 역진행 학습을 도입했다.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배운 걸 머리에서 자주 꺼내는 ‘인출 연습’만 한 것이 없다고 해 퀴즈와 시험도 자주 친다. 단체 카톡방에선 교사들이 수시로 질문에 답해준다. 실속 없는 다문화 프로그램에 지쳤던 엄마들은 반가워 했다. 대기자도 많다.

“모국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분들입니다. 단지 한국어로 설명하지 못할 뿐이죠. 초등학교 때 배우는 곱셈 방법도 나라마다 달라요. 3번 연속 주말고사 시험에 빠지면 탈락인데, 역대 엄마학교 학생 93% 정도가 낙오 없이 졸업했습니다. 모성애 덕분이에요. 아이를 위해 공부하니까 끝까지 갈 수 있는 겁니다. 강의 접속 기록을 보면 늦은 밤, 새벽도 많아 마음이 찡해요.”

2016년 시작한 ‘한마음글로벌스쿨’은 다문화 자녀 절반이 실업계고로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아이들을 모든 대학에서 뽑고 싶어하는 학생으로 만들자”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엄마학교 졸업생의 중고교 자녀 120여 명이 전현직 이공계 교수들에게 ‘대치동 학원 못지않은’ 영어와 수학 강의를 듣고 있다. ‘모두가 대학을 꼭 가야 하나’ 생각한다면 “아직도 다문화 아이들이 우리 사회 주요 인재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무지한 소리”라고 그는 일갈했다.

“엄마만 다른 나라에서 왔을 뿐, 대한민국 가정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지난 1년 사이 초·중·고 학생 6만5000명이 줄었는데 다문화 학생은 1만3000명 늘어 20만명이 됐어요. 인구 절벽 시대에 수십 조를 써도 늘릴 수 없는 숫자인데 미래 어떤 자산으로 키울지 고민해야죠. 이중언어 능력도 있고, 문화적인 다양성도 갖췄으니 양쪽 나라에서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들이 처한 구조적 교육위기를 방치해서 낙오자로 만들면 사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 아닙니까? 공평한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한마음글로벌스쿨에서 외고 진학생과 전교 1등도 나왔고 몇 명은 벌써 대학에 갔다. 설령 공부에 뜻이 없어도 착실히 진로를 찾아가고, 학교에 마음 못 붙이던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며 우울하던 가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기쁘다.

강의하고 연구만 하던 그는 후원을 끌어오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백방으로 영업도 뛴다. 엄마학교는 일부 지자체와 운영을 분담하지만 한마음글로벌스쿨은 “‘엄마 빽’으로 중·고교 공부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갈수록 가르칠 아이는 더 많아질 테니 걱정이 태산이다. 월 1만원부터 시작하는 정기 후원에 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상당수 전·현직 카이스트 교수지만 최 단장처럼 초창기 카이스트에 진학한 서울대 동문이 적지 않다. 그는 특히 은퇴한 교수들이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주길 바랬다.

“쓰다가 남은 돈과 시간을 주려고만 하지 ‘써야 할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 문화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한 개인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끝날 것도 단체에서 활동하면 여론이 되고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뜻깊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언제나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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