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별일이 없다는 것, 그 자체로 큰 은혜”
민수기 24장
민수기 사건 흐름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스라엘이 있었습니다. 광야를 이동하는 동안 이스라엘 진영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민수기입니다. 그런데 딱 한 곳에서 이스라엘 진영 바깥의 사건에 대한 기록이 등장합니다. 민수기 22장부터 24장까지는 이스라엘 민족이 모압 평지에 진을 쳤을 때, 모압 평지 저쪽 세상에서 벌어졌던 특별한 사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발락과 발람, 이름도 참 헷갈리는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발락은 모압의 왕이고 발람은 그 지역에서 이름난 무당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이스라엘이 끼어 있는 듯 끼어있지 않은 묘한 이야기입니다.
발락은 자신의 영토 안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이스라엘을 어떻게든 몰아내고 싶었습니다. 전쟁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아는 발락은 무당 발람을 찾아가서 이스라엘을 저주하라고 사주합니다. 상당한 공을 들이고 비용을 들여 이 일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계속적인 하나님의 개입으로 결국 발락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끝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람이 일어나 자기 곳으로 돌아가고 발락도 자기 길로 갔더라”(민 24:25)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은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들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저쪽 편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하나님이 친히 개입하셔서 깔끔하게 정리하셨습니다. 모압 경계 저편에서 자신들을 두고 죽이니 살리니 하는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상상이나 했을까요?
나의 일상으로 시선을 옮겨봅니다. 내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평범함과 평이함은 별일이 없어서 평범하고 평이한 것일까요? 나에게 별일이 없다는 것은 하나님이 쉴 새 없이 일하고 계신 결과입니다. 별 생각 없이 입에 떠넣는 밥 한 술에 농부의 땀과 수고가 잔뜩 묻어 있듯이, 우리의 모든 일상에는 창조주의 섬김이 가득 담겨 있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고 있다고 아무 일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하나님이 우리 모르게 우리를 챙기고 계십니다. 내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별일이 없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은혜입니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애 3: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