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민수기 16장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 입국심사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집트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광야에서 40년을 떠돌다가 인생 종치게 생겼습니다. 진영의 분위기가 최악이었습니다. 그들의 불만과 분노는 고스란히 모세와 아론을 향합니다.
“레위의 증손 고핫의 손자 이스할의 아들 고라와 르우벤 자손 엘리압의 아들 다단과 아비람과 벨렛의 아들 온이 당을 짓고 이스라엘 자손 총회에서 택함을 받은 자 곧 회중 가운데에서 이름 있는 지휘관 이백오십 명과 함께 일어나서 모세를 거스르니라”(민 16:1-2)
분노와 불만이 만연한 집단은 희생양과 적이 설정되기만 하면 컨트롤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과 온이 250명이나 되는 지휘관들을 포섭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설정한 희생양은 모세였습니다. 자신들이 잘못해서 실패한 가나안 땅 정복의 모든 책임을 모세에게 뒤집어 씌웁니다. 가나안 땅이라는 목적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모세 제거라는 새로운 목적이 생기자 열정이 샘솟았습니다.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이끌어 내어 광야에서 죽이려 함이 어찌 작은 일이기에 오히려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 하느냐”(민 16:13)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250명의 지휘관들이 한목소리를 꾸준히 내면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세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악에 맞서는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래서 나를 선으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악으로 규정하는 말을 본능적으로 반가워합니다. ‘옳은가? 그른가?’보다 ‘나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이것에 더 솔깃합니다. 나에게 불리하면 진실이라도 불편하고, 나에게 유리하면 거짓이라도 용납이 됩니다. 사람들은 가나안 땅 정복 실패의 모든 책임이 모세에게 있다는 말이 반가웠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250명이 자신의 향로에서 나온 불에 타죽는 것으로 일단락됩니다. 그들 입에서 나온 말이 그들을 심판하는 불이 되어 집어 삼킨 것입니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약 3:6)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잠 18:21)
내가 죽고 사는 문제가 혀에 달렸습니다. 남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가 입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