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은퇴, 일에는 있어도 사명에는 없습니다”
민수기 8장
“레위인은 이같이 할지니 곧 이십오 세 이상으로는 회막에 들어가서 복무하고 봉사할 것이요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이나 그의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돕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일하지 아니할 것이라 너는 레위인의 직무에 대하여 이같이 할지니라”(민 8:24-26)
성경은 레위인의 정년을 50세로 정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이른 나이입니다. 레위인의 직무가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성막을 해체하고 운반하고 조립하는 일은 중노동 그 자체였습니다. 게르손과 므라리 계열 레위인에게는 소와 수레가 지급되었지만 고핫 계열 레위인은 성막 비품을 어깨에 멘 채 수십km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20대 젊은이에게도 완전 군장 행군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 50세도 늦다고 말하는 레위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위인은 은퇴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민수기 8장 26절에 따르면 퇴역 레위인들은 현역 레위인들을 돕는 일을 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쇠했지만 늙은 레위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하나님께서 여전히 가치 있게 여기셨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모습은 성막 안에서 피어나는 향보다 더 진한 향기였을 것입니다.
민수기의 이 본문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유심히 상고해봐야 할 내용이 아닐까요?
아무리 땅을 파도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나간 세대 안에 농축된 무형의 자원은 석유나 천연가스 이상의 가치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굴해야 할 것은 차세대 인재뿐만이 아닙니다. 점점 두꺼워지고 있는 레거시Lecacy 세대의 퇴적층 속에서 유물을 캐내는 일 또한 가치있는 일입니다.
은퇴 이후 현장을 칼같이 떠나 한가롭게 놀러 다니는 일은 적어도 레위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일에는 은퇴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명에는 은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일은 쉬되 사명은 이어가며 다음 세대를 섬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