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두얼굴 8] The Brake: 민초의 그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두 차례(1996년~2001년, 2021년~현재)에 걸쳐 통치해 왔다.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 1기는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으로 얼룩졌다. 2021년 집권 2기를 맞이한 탈레반은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들을 향한 서구의 시선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탈레반이 말하는 그들 스스로와 서구가 말하는 탈레반, 어느 것이 탈레반의 진짜 얼굴인가. 2023년 12월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몸과 마음으로 부딪힌 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가 있는 그대로의 탈레반과 아프간을 전한다. -편집자
미국이 물러나고 탈레반이 다시 집권한 2021년 8월 아프간은 다시 멈춰 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으로 먹고 살던 나라가 오히려 제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나라 전체에 제동(brake)이 걸려버렸다.
경제난으로 신음하는 아프간의 길거리는 일감 구하러 다니는 성인 남성들과 구걸하는 아이들로 뒤섞여 있었다. 브레이크가 걸린 나라에서 하루 하루 생계와 씨름하는 민초들 일상은 그늘져 있었다.
서방에서는 쓰레기나 다름 없는 천조각을 주워 모으고 있는 청년. 그나마 쓸만한 것들을 추려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걸레나 행주를 판매해 생계를 꾸려간다.
관공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구걸하던 소년이 지친 나머지 담벼락에 기대 졸고 있다.
한 노인이 팔릴 것 같지 않은 고물들을 수레에 싣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사주길 기다리고 있다.
비록 고물이라도 수레에 무언가 들어있길 바라는 그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비록 수레는 비어있지만 마음은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노새(전봇대 옆)를 데리고 일감을 찾아 하루 종일 떠돌던 젊은이가 어느 집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숨을 돌리고 있다.
사막에서 모래에 파묻힌 차를 어린 소년들이 건져냈다. 소년들은 “수고비 좀 주세요” 하고 요구했다.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수레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겹겹이 접힌 주름이 그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봉고 뒤에 매달린 청년.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어디서건 당당하게 살아내길 바랬다. 언젠가, 그 어디에서 또 만나겠지?
노년은 그가 짊어진 자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얼굴이 그늘진 것일까, 혹은 관조한 노인의 여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