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프로야구 ABS(로봇심판) 도입, 어떤 변화 가져올까?

로봇심판(ABS) 도입으로 2024년 프로야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됐다. 

먼 훗날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하는 시대가 열리지 않는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아직 현역선수였다면 도입에 찬성했을것 같다. 선수들에게 심판 콜이란 정심(正審)은 기억이 안나지만, 오심(誤審)은 오랫동안 기억나는 법이다. 다만 야구인의 선배로서 프로야구 미래를 생각하면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당장 프레이밍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이와 연계된 일련의 상황들 때문에 내가 알고 환호하던 포수들의 예쁜 플레이들이 없어질까 걱정된다.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테니스의 호크아이(공궤적추적시스템)는 도입 전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는데, 화면에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시스템이 관중과 같이 호흡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고, 실제로 보면 챌린지 자체가 재미있다.

야구의 ABS는 이런 시각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관중과 시청자를 위한 어떤 흥미로운 걸 마련하기도 어렵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올해부터 KBO는 세계 최초로 프로 리그에서 ABS를 전면 가동한다. 정확한 존과 함께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ABS는 적응기간이 끝나면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 같다. 내가 수십년간 주심과 보이지 않는 서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없어질 것이다.

선수, 관중, 심판으로 나눠보면, 선수들에게는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아주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감독 생활을 하며 늘 마음 아팠던 건 대타를 내보냈더니 점수차가 있다고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만 넉넉히 잡아주는 심판을 만나버리면, 말을 못했지만 모처럼 대타로 나간 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팬에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존이 정확하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게 긍정적이다. 재차 얘기하지만, 프레이밍이 안된 스트라이크를 보셔야 한다는 것, 땅만큼 떨어져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 후) 잡힌 공으로 루킹 삼진을 보실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점도 있다.

이후의 야구는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에 이런 볼로 경기 종료가 될 수도 있다.

심판, 특히 주심에게는 지금 현상황에서 집중력에 따른 엄청난 체력 부담이 좀 덜게 되니 좋고,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자유로우니 파울 페어, 쓰리피트레인 확인, 타자의 인터페어 등 다른 판정의 정확도가 올라갈 것이다.

더 얘기하자면, 현재는 힘든 자세로 낮추고 볼을 보기 위해 심판은 slot position을 찾아 자세를 취하는데, 이후의 야구는 이게 필요 없을 수 있다. 따라서 기동성이 빠른 자세를 취하고 도루를 잡으려는 포수의 송구 시 벌어지는 심판의 방해 등을 생각해 포수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게 ABS가 가져오는 심판의 변화일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정확해지면 좋다는 명제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ABS 도입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야구를 만나게 된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나에게, 우리에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즐겁지 않으면 야구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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