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영화산책] ‘유스YOUTH’…”늙어도 버틸 수 있는 비결”

<유스> 포스터

만년에 스위스로 가서 그림같은 초원 하우스에서 살면 과연 행복할까. 영화 <유스 YOUTH>는 한 시대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 지나온 시절을 조용히 관조하고 다가올 죽음을 제대로 기다려보자는 단상(斷想)이다. 유스(젊음)를 그리워하거나 되찾기 위해 노욕 부리는 영화는 아니다.

스위스 고급 휴양리조트를 공간 배경으로 늙은 은퇴자들이 한 무리를 이뤄 매일 마사지, 사우나,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무료하게 무덤덤하게 루틴을 반복하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끊임없이 늙은 몸과 젊은 몸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젊은 몸은 에너지와 시너지를 방출하고 늙은 몸은 아름다움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져 간다.

세계적 명성을 지녔던 작곡자이자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케인). 은퇴이후 모든 게 시큰둥하고 무감각하다. 평생을 함께 한 아내는 치매에 요양병원 신세다. 딸이 찾아와 아빠의 가정에 대한 무관심을 탓한다.(딸은 결혼생활이 파탄나 헤매는 중) 음악만 추구하던 남편에 대해 아내와 딸은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드 곁엔 영화감독 친구 믹 보일(하비 카이텔)이 있다. 믹은 노장 감독으로서 생애 마지막 작품을 연출하고자 열의가 대단하다. 은퇴기념 영화 제목은 <생의 마지막 날>이다. 믹은 감정을 믿는다. 아무리 과장되어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감정이라며 프레드에게도 감정을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본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주인공에 내정된 여배우가 찾아와 그동안 믹의 연출작들을 쓰레기라고 비난하면서 출연을 거절해버린다. 늙은 여배우는 늙은 감독에게 “늙고 지친 감독”이라고 야유한다. 영화 <생의 마지막 날>은 제작 중단된다. 믹은 “감정이 전부야”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돌연 생을 포기한다.

절친이 죽자 프레드는 생각이 더 많아진다. 무기력하게 의자에 앉아 있기보다 초원의 언덕에 올랐다. 풀을 뜯는 스위스 소떼 딸랑딸랑 카우벨 소리에 귀 기울였다. 소들의 큰 눈망울과 눈을 마주쳤다. 대자연의 풍광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어 오면서 두 팔을 휘저어 지휘를 시작한다. 믹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자신에게 옮겨 온 듯하다. 프레드의 대표곡 <심플송>을 연주해달라는 영국 왕실의 거듭된 연주회 요청을 마침내 수락한다.

조수미씨

조수미 씨가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역을 실제 연기했다. 프레드의 지휘로 조수미가 열창하는 <심플송>은 극찬의 OST로 제88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다. “삶은 복잡하지 않다. 인생은 단순하다. 잡고 있다가 결국 놓는다. 단순해서 인생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다.

늙고 젊고를 떠나 권태로움에다 무기력이 버무려져 있으면 그게 늙은 것이라고 영화는 은유한다. 호화찬란한 공간에서 무감각하게 말라비틀어져 숨만 내쉬고 있다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육체의 노쇠에 지배를 받지만 감정과 감성을 바탕으로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남은 시간은 충분히 살만하다고 아트무비 <유스 YOUTH>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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