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영화산책] ‘타인의 취향’…당신과 나의 취향 사이

<타인의 취향> 포스터

영화 <타인의 취향>은 2001년 국내 개봉된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영화.

남자주인공 카스텔라는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 다듬어지지 않은 카스텔라의 쁘티 속물근성을 비웃을 수만은 없다. 우리 안에도 똑같은 속물(결국 돈에 좌지우지되는 우리 인생살이)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진지해져가는 카스텔라에게서 위안도 받는다.

<타인의 취향> 한 장면

조금씩 변해가는 중년 남자의 취향이 정겹고 살갑게 다가온다. 지적인 숙성, 오래 묵힌 교양의 힘, 자신만의 취향이 쁘티 부르주아 재력의 힘과 물질적 우월함을 리드해가는 풍경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스크린엔 인문주의적 분위기가 물씬 배어 나온다.

타인의 취향을 수용해야 나의 취향이 자란다. 영화는 사랑이라는 것이 ‘운명’이라는 단독 엔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수동 기어와 핸들링으로 선택되고 작동된다고 암시한다. 그렇다면 연애한다는 것은 너와 나, 두 사람 간 취향(趣向, taste, liking, preference)의 선택과정이 아닐까.

영화는 상대방의 취향을 받아들이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그 누구의 존중도 받지 못할 거라는 은유를 드러낸다. 나의 취향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취향은 발견되는 것일까, 개발되는 것일까.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감성의 결을 다듬어가는 것이 자기 취향을 만들어 가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취향은 객관식 사지선다형이 아니고 주관식 탐구과정이기 때문이다. 취향은 단순한 감각의 다양성이 아니고 문화적인 체험 스타일이다.

‘나의 취향’이란 스스로를 남 앞에서 표현할 줄 알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결국 나의 취향이란 나의 존재방식이다. 나의 취향을 인정받고 관계의 만족감을 느끼려면 바로 타인의 취향과 교감했을 때 가능하다. ‘타인의 취향’을 수용하여야 나의 취향이 자라고 성숙해진다. “당신의 취향을 위하여~”

<타인의 취향>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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