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묻지마 흉기난동

2023년 8월 3일 오후 퇴근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밉살스럽다. 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하고. 저거, 잡아가는 귀신 없나. 속만 끓인다. 나도 이럴 때가 있다. 하물며 이웃과 사회에 대한 원망이 깊어 울분 속에 헤맨다면?

미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총질 일어난다. 난무하는 총기난사(gun spree). 특정인에 대한 보복인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대개 직장을 쫓겨나거나 애인이 교제를 거절해서다. 화풀이 장소는 사람 많은 쇼핑몰이나 어린애들 학교다. 인과관계 없다.

영국은 총 대신 칼이다. 갱단의 대결도구였다. 어느 샌가 청소년 필수 소지품으로 변신, 툭하면 찔러댔다. 칼질(knife violence)이다. 갱들이 오히려 혀를 찰 정도다. 급기야 승용차로 인도에 돌진, 행인 살상한다. 그런 연후에 칼 휘둘러 몇 명 더 죽이는 행태로 진화했다. 무차별이다.

일본. 도검(刀劍)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사무라이가 무엇인가. 무사(武士)이자 관료(官僚). 권력계층이다. 기세등등하다. 칼이 잘 드는지 시험했다. 막부의 수도 에도 네거리에서 지나가는 애먼 행인 잡아서 벴다. “어, 이거, 잘 드는구먼. 명검이로다!” 츠지기리(辻斬り)다.

베어버리고는 그냥 가버린다 해서 묻지마 살인이다. 근대화 이후 자취 감추는 듯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폐허에서 탈출, 먹고 살만한 때 부활했다. 도쿄의 일류고교 학생이 어린 아이 11명을 칼로 찔러댔다. 조상 본받아 배 갈랐다. 성기를 도려냈다. 심심찮게 발생한다.

도시는 무명성(無名性)과 익명성(匿名性)이 특징이다. 나를 어찌 알랴. 대낮 번화가에서 살기 뿜어낸다. 범인 성격 조포(粗暴)하고, 안정된 직장 없다. 소외감과 고립감 씹는다. 좌절과 욕구불만 쌓인다. 증오가 전혀 모르는 사회구성원을 향해 분출한다. 애꿎은 두꺼비가 돌 맞는다.

묻지마 흉기난동(random attacks)에는 불심검문(stop and search)가 유효하다. 런던시경에서 손 놓자 칼질이 2015년 9천7백52건에서->2019년 1만5천9백28건으로 63% 늘었다. 2020년에 불심검문 강화하자 3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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