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33년 그후…교도소행이냐, 발뻗고 자는 여생이냐
일 맡은 첫해. 배우느라 눈코 뜰 새 없다. 2년차. 뭔가 알게 되어 재미있다. 3년 되면 요령 생긴다. 개선방안도 찾는다. 서당 개 삼년에 풍월 읊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네 해째부터는 타성에 젖는다. 같은 분야의 좀 더 어려운 업무로 이동하는 게 좋다. 거기서 3년 지내고 핵심자리로 간다. 삼년을 세 번 정도 구른다. 승진 다가온다. 그래서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는가. 전문가 탄생이다.
그런 길 걷는 동료들 있었다. 김금도 교통국장. 현장실무에 밝았다. 불편함을 많이 없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 한정갑 교통국장. 이론정립에 심혈 기울였다. 교통백서가 그 손에서 탄생했다.
안타깝게 일찍 순직한 선배도 있다. 최남수 경찰청 초대 형사국장. 수사통이었다. 기획 쪽에도 강자가 포진했다. 계장으로 10년 조금 못 채우고 승진해 나갔다. 과장으로 복귀. 경찰역사에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청장의 대통령 독대獨對를 매달 치러냈다. 전설 됐다.
인사. 전문가 양성하고 리더 배출하는 도구다. 위에서 작심하고 본래 기능에 맞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 사람 키워지고 인재를 토대로 조직발전 이뤄진다. 인물이 설 자리 없어지면 정체한다.
달 사람은 많고 줄 자리는 적다. 공평분배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공정함이 생명줄이다. 안 지켜진다.
선거공로자에 자리 주던 관행 엽관제spoils system獵官制를 없앨 생각으로 도입한 실적제merit system實績制. 150년이나 됐다. 논공행상은 아직도 여전하다. 패거리가 끼리끼리 나눠 갖는다.
끼지 못하면 소외감에 피폐해진다. 뒤쳐진다. 줄 대려고 안간힘 쓴다. 섬에 가서 기웃거린다. 산에 가서 연줄 찾는다. 눈 뒤집혔으니 브로커의 속삭임에 돈 건넨다. 특진공적 공모共謀는 약과 먹기다.
최대의 백은 직속상관이다. 나를 잘 아는 우리 계장님, 과장님이, “일은 최고야. 우직해. 한 십년 했다”며 소문내면 만사형통. 욕심에 치여 나대다가 고약한 관재수 송사官災數 訟事에 걸린다. 연금 날린다.
득점보다 실점방지에나 신경 쓰는 게 낫다. 그렇게 33년 보내면 교도소행이나 자살 면한다. 영욕榮辱 교차하는 인생.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