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일관성에 대하여···최루탄·물대포 사라진 대한민국
세종의 분부에 따라 단종 지키려다 죽은 성삼문. 헌신짝처럼 버리고 부귀영화 누린 신숙주. 둘 중에 숙주나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살아왔다. 돌이켜 보면 과연 일관된 모습이었는지 자신이 없다. 아부한 짓거리가 적지 않다.
폭력을 혐오했으면서도 분노에 떨며 발길질하고 뺨 때린 기억도 있다. 경악할 일이었다! 지조志操라던가 절개節槪를 한글사전 속 일개 단어로 놔두고 산듯하다.
사람이 이러니 인간이 만든 생물生物인 시책이나 방침. 역시 마찬가지다. 세태에 영합한다. 바꾸고 고치다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역시 그 옛날이 좋았어!
1989년 진천경찰서장 때 반대 무릅쓰고 농민회 집회를 허가했다. 과격단체라 은근히 겁났다. 경찰서 보유 최루탄은 단 한 상자. 이걸로는 어림없다. 충청북도경찰국에서 조달해오는 시늉을 했다. 비축량이 많아졌다는 소문도 냈다. 주최측에서 신고를 철회해 싱겁게 됐다.
1994년 영등포경찰서장 시절 미국산 쌀수입저지농민대회 여의도가 1년 내내 최루탄 연기로 자욱했다. 영등포역까지 쫒아가 쐈다.
1999년 경찰청장이 무최루탄無催淚彈을 선언했다. 최루탄 사라졌다. 물대포는 2015년 이후 쓰지 않았다. 2019년 물대포차량 19대도 모두 폐차.
데모가 폭력으로 변질되면 경찰봉이 쓸모 없어진다. 총을 쐈다. 그 후 최루탄tear gas grenade와 물대포water cannon를 도입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가 야만국가라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
시위현장의 첫째원칙은 안전이다. 참가자나 경찰관이나 사상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몸이 부딪치면 서로 다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게 만들어야 한다.
최루탄과 물대포는 격리-충돌억지-진압수단이다. 분사거리 2m의 휴대용 최루가스는 공격심리만 자극할 따름이다.
집시법도 엄하게 고친다고 한다. 땜질개정이 평화시위 보장하지 않는다. 세태에 관계없이 법을 법대로 집행하는 한결같음이 법질서 정착시킨다.
안 쓰기로 했으면 안 써야 한다. 일관성consistency 있어야 믿음 생긴다. 법과 질서를 지킨다.
한강이 서해로 흐르지 설악산으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