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보고는 시간이 생명…일단 부정확하더라도”
1957년 10월 4일 22시 28분 34초 뉴욕의 모 일간지 동유럽담당 기자. 책상 위 라디오에서 “삐 삐 삐” 소리가 나자 곧 알아차렸다. 모스크바의 정보원이 제보해준 신호였다. “사상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올라갔어! 우주에서 미국 공격한다?” 경악했다.
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8시간 35분 후에야 알게 됐다. 이럴 바에야 돈 들여 첩보 수집할 필요 있겠소? 알렌 덜레스 CIA 부장을 힐난했다. 덜레스는 늘 “소련사정은 제 손바닥 안에 다 들어 있습죠” 하고 장담했었다. 망신이다. 절치액완(切齒扼腕), 이를 갈며 팔 걷어부치고 달려들었다.
6개월 후 52분–>다음 6 개월 후 13분–>마침내 3~5분 내 보고를 실현했다. 1959년 신속보고시스템 완성했다. 지금은 더 빠르다. 전광석화(電光石火)다.
1976년 9월 6일 13시 57분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 공항. 소련 미그 25기가 망명했다. 일본주재 CIA요원이 즉각 확인–>본부 통보–>기체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일본총리는 열차 타고 오사카로 가는 중이었다. 2시간 후 역에 내렸을 때까지 몰랐다. 분해된 미그기가 미군 수송기에 실려 미 본토로 막 출발한 시각이었다. 내 땅에서 벌어진 일, 미국 손에 넘기고 말았다.
보고는 시간이 생명이다. 재깍 처리해야 일이 돌아간다. 위에서 판단한다. 지시 내려간다. 즉보(卽報, 즉각보고) 후 순차(順次) 보고가 대원칙이다.
발생사실을 제1보로 알린다. 부정확해도 좋다. 이어 분초를 다투어 제2보, 제3보를 살 붙여 전파한다. 그때그때 상황 전개에 따른 대응조치도 취하면서 ?완성도를 점차 높여나간다. 위와 아래 사이의 교통만이 아니다. 좌우연락도 이루어져야 협업이 증진된다.
매뉴얼은 업무를 요령 있게 해내는 ‘how to’ 안내서다. 잘 되어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다. 익숙해질수록 꾀부린다. 더 쉽게 하려고 생략하고 건너뛰는 인간습성 탓이다. 그럴 때 행간 읽기를 훈련시켜야 한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을 깨닫게 만든다. 내 일에 생명이 좌우된다는 사상을 각인시킨다. 철학(philosophy)은 기본, 매뉴얼(manual)은 응용이다. 어렵다고? 그렇다면 행동수칙은 어떤가? ‘제때 제대로-있는 그대로’-철학과 응용이 다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