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칼럼] 돈 문제에 얽힌 역대 대통령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뇌물죄로 징역을 살았다.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들이 뇌물죄로 감옥에 갔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에도 돈 문제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돈 문제가 불거지자 자살했다. 대통령도 돈에 휘둘리면 더 이상 당당함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자존감을 가지고 인생을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사는 것 같이 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돈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돈이라는 낚시 미끼에 아가미가 꿰면 한없이 비굴하게 된다.

사업가들을 단골손님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지압사를 알고 있다. 그가 이런 말을 들려준 적이 있다.

“검사들은 자기 앞에서 굽신거리는 업자들의 속이 어떤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업자들을 스폰서라고 하면서 돈줄로 알고 있죠. 업자들이 접근해서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말을 진짜로 믿는 것 같아요. 때가 되면 검사 부인이나 아이들 생일까지 챙겨 비싼 선물을 사주고 돈 주고 입에 혀같이 노니까 그런가 봐요. 그런 검사들 뒤에서 업자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나한테 지압하러 오는 건설회사 회장님 얘기예요. 일요일 저녁 가족하고 식사하니까 즐겁고 돈도 얼마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검사와 접대골프를 치러가면 그 비용 다 대줘야지 또 내기해서 잃어줘야지 저녁에 룸쌀롱가서 술 먹여야지 나중에 여자까지 붙여줘야 한다는 거예요. 골프 라운딩 한번 하는데 돈이 꽤 든대요. 그렇게 하면서 뇌물을 따로 챙겨 주는데도 지검장 새끼들 태도를 보면 정말 건방지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뒤에서 욕을 하는데 검사들은 술이나 음식이 목구멍에 넘어가는지 몰라”

극히 일부 부패한 검사들 얘기겠지만 지압사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대장동 사건에서 사기꾼들 뒷배를 봐준 전직 검찰총장, 중수부장, 특별검사들은 ‘50억 클럽’이란 별명을 얻었다.

업자들은 그들을 정말 형님같이 생각할까. 검사들의 검보다 돈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그 돈은 국가도 비굴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전국구 조폭 두목을 만날 일이 있어서 지방의 교도소를 찾아간 적이 있다. 보안과장 방으로 안내되었다. 신청한 일이 없는데도 저절로 특별면회인 것 같았다. 제복을 입고 근엄하게 앉아있는 보안과장의 견장에는 흰색 무궁화 세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검도복과 목검이 진열되어 있었다. 보안과장은 교도소 안이라는 세계에서 국가이자 근육과 무기의 힘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였다.

그의 앞 소파에 앉아있던 조폭 두목이 한쪽 다리를 꼬고 팔은 소파의 등받이에 댄 채 말했다.

“어이, 보안과장 변호사님 오셨는데 차 좀 가져다 드리지.”

나는 그 상황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설령 뒤에서 큰 돈을 먹였다고 하더라도 겉으로까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위에 있는 교도관들을 보았다. 공무원으로서 자존심을 잃은 상처 입은 표정들이었다. 조폭 두목이 이번에는 변호사인 내게 말했다.

“제가 변호료로 2억원을 드리고 에쿠스 한대를 뽑아드리면 어떨까요?”

인심 쓰듯 큰 고기덩어리 하나를 미끼로 던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았다. 정치인들의 주먹이 되어 권력을 차용하고 돈을 많이 번 인물이었다. 잠시 침묵했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보안과장은 죄수를 관리하는 국가공무원이고 당신은 수감자입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내가 조폭 두목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보안과장 쟤하고 나는 친구니까요.”

“이건 공적인 자리 아닙니까?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게 바른 태도일까요? 나는 그래도 이름난 건달이라 나름대로 인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양아치 수준이시네요.”

“양아치요?”

그의 얼굴이 이마까지 벌개졌다. 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치욕적인 말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그 교도소 안은 돈에 의해 점령된 느낌이었다. 그 얼마 후 교도소의 소장과 보안과장이 조폭 두목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 터지고 보안과장이 구속됐다는 기사를 봤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뇌물죄로 징역을 살았다.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들이 뇌물죄로 감옥에 갔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에도 돈 문제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돈 문제가 불거지자 자살했다. 대통령도 돈에 휘둘리면 더 이상 당당함을 유지할 수 없다.

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10억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의외로 감옥에 가겠다는 대답들도 있었다. 바닥에 놓인 고기덩어리를 보고 개는 참기 힘들겠지만 사람이라면 절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인생을 사는 것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탐욕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겠지만 그래도 진리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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