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2023칸 통신②] 경쟁작 21편 중 여성 감독작 7편…역대 최다

Uma Thurman(왼쪽)과 그녀의 아들 Levon Roan Thurman-Hawke가 2023년 5월 16일 제76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영화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EPA/연합뉴스>

여성, 다양성, 세대 조화·통합, 영화의 미래 등 2023년 제76회 칸영화제 화두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언급하기로 하자. 비평가주간 <잠>을 필두로 7편의 한국영화들은 21일 부터 세계 첫 선을 보이니, 그들에 대해서도 차차 짚기로 하자.

이제 21편의 경쟁작들 안으로 들어가보면, 올해는 그 구색이 유난히 다채롭다. 일찍이 칸 사상 역대 최다인 13회나 초청받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이미 두 번이나 거머쥔, 80대 후반의 현존 최고 거장 켄 로치의 신작(<나이든 참나무; The Old Oak>)부터, 장편 데뷔작으로 경쟁 부문에 입성한 36세—경쟁 부문 최연소다—의 세네갈계 프랑스 여성 감독 라마타 툴라예 씨의 <바넬과 아다마>에 이르기까지 가히 눈이 부실 정도다.

그 안에는 중국 출신의 독립 다큐멘터리 명장 왕빙의 200분여짜리 다큐<청춘>(봄)도 있다. 칸 통신 1탄에서도 이미 말했듯, 폐막작은 비경쟁작으로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러니 어찌 올 칸의 화두 중 하나로 ‘다양성’을 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국 켄 로치 외에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 영화만 넷이다. 독일 빔 벤더스(<파리 텍사스, 1984>)의 <완벽한 날들>,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아들의 방, 2001>)의 <미래의 태양>,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의(<윈터 슬립, 2014>)의 <건초에 대하여>,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어떤 가족, 2018>)의 <괴물>이 그들이다. 마르코 벨로키오(<납치>), 아키 카우리스마키(<낙엽들>), 토드 헤인즈(<메이 디셈버>), 웨스 앤더슨(<애스터로이드 시티>) 등처럼 이미 경쟁 부문에 호출되고 더러 상도 받긴 했으나 아직 정상엔 오르지 못한 감독들, 왕빙과 쩐 아인 훙/트란 안 훙(<도댕 부팡의 열정>)처럼 다른 부문에는 부름 받았으나 경쟁에는 첫 입성한 감독들, 라마타 툴라예 씨나 <언더 더 스킨>(2013)으로 국내 씨네필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큰 조너선 글레이저(<흥미의 영역>)처럼 아예 칸에 첫 진출한 감독들도 있다. 그렇기에 올 칸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비록 한국 경쟁작이 없어 칸을 향한 국내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작긴 하겠으나….

내친 김에 여성 이슈를 짚어보자. 경쟁작 가운데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편 수는 총 7편이다. 21편 중 7편이면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데, 칸 사상 최다란다. 영화계가 얼마나 남성 중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손색없다. 그럴 만한 영화들이 그만큼 늘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올 칸 선정위원회가 의식적으로 여성 감독의 연출작을 한 편이라도 더 선택하려고 애썼으리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프랑스가 낳은 여장부 카트린 브레야(<로망스, 2000>)의 <지난 여름>을 비롯해 켄 로치처럼 <하얀 리본>(2010)과 <아무르>(2012)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안은 미하엘 하네케 이후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최고 감독으로 평해지는 예시카 하우스너의 <클럽 제로>, 튀니지 태생 카우테르 벤 하니야(<피부를 판 남자, 2020>)의 <올파의 딸들>, <시빌>(2019)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학>, <임파서블 러브>(2018)로 2022년 국내 씨네필들과 만났고 <균열>(2021)에 이어 칸 경쟁 부문에 두 번째로 호출받은 카트린 코르시니의 <귀환>, <더 원더스>로 2014년에 심사위원대상을, <행복한 라짜로>로 2018년 각본상을 받으면서 이탈리아 영화의 신성으로 떠오른 알리스 로르바허의 <키메라>, 그리고 <바넬과 아다마>가 그 주인공들이다. 따라서 올 칸의 으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들 여성 감독들이 어떤 활약상을 펼칠 지 지켜보는 것이다.

올 칸의 여성 강세는 경쟁작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1탄에서 상술했듯 개막작 <잔 뒤 바리>의 감독 겸 주연 마이웬도 여성이다. 올 칸의 포스터를 장식한 주인공도 프랑스가 낳은 세기의 디바 카트린 드뇌브였고, 사회을 맡은 드뇌브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딸인 명배우 키아라 마스트로얀니도 여성이다. 이쯤 되면 2023 칸의 핵심 화두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진단은 과장이 아닐 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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