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79] 3.9대선 연장선 될 6.1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정국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승리한 국민의힘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정권 인수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인수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과 단일화를 이루고 사퇴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맡았습니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은 비대위를 구성했습니다. 비대위원장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맡았습니다.

인수위가 어떻게 차기 정부 밑그림을 그릴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맡을 역할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단일화 선언 기자회견에서 안 위원장이 ‘행정경험’을 거론한 것을 근거로 첫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한 새 정당의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6월 1일에 치러지는 제8회 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직전 도지사였던 경기도는 윤석열 당선인이 이기지 못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이겨야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이 힘을 받을 수 있고, 또 안 위원장으로서도 합당 이후 새 정당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총인구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 도지사는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자리입니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첫 번째 도지사가 된 이인제를 시작으로 손학규, 김문수, 이재명 등 여러 명의 도지사가 대선 후보였거나 대선 경선 후보였습니다. 다른 시·도지사들도 정치적으로 주목받습니다만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영향력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DJP연대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과반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두 번씩이나 김종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투표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종필 국무총리는 ‘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임기를 시작했고 국무위원 제청권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만 국회는 원내 과반의석을 훌쩍 넘는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누가 국무총리로 지명을 받더라도 국회 인준 투표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지금은 그 당시에는 없던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공동정부 운영에서 자민련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고 불만을 말하는 측근을 이렇게 달랬다고 합니다. “우리가 늘 5%가 부족해서 졌는데, 자민련이 5%를 도와줬기 때문에 집권했다. 자민련의 5%가 없었다면 95%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0.73%라는 득표율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으므로 막판 단일화가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위원장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의 공천 문제나 합당 이후의 당 운영 문제를 놓고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안철수 위원장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설은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한 셈법의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위 체제의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책임지고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고, 작은 목소리이긴 하지만 이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지방권력을 차지하려는 국민의힘과 지방선거 승리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은 3.9 대선에서처럼 강력하게 대치할 겁니다. 이래저래 6.1 지방선거도 자치 분권이라는 가치보다는 중앙정치에 휩쓸려 ‘지방은 없고 선거만 있는 지방선거’가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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