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76] 국회, 광역 선거구획정·기초 중대선거구 도입 조속 확정을

선거가 이제 두 달 반 남짓 남아 있으므로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은 국회에 맡길 수밖에 없다. 국회는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사진은 21대 국회 개원식

6·1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 국회가 빠르게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방의원 선거구를 획정하고, 의원정수를 정하는 일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6개월 전까지는 선거구를 획정해야 합니다. 6월 1일에 치러질 제8회 동시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은 이미 지난 해 11월 30일까지는 이뤄졌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광역의원 선거구 간 인구편차 4대1을 3대1로 조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인구가 변동되는데다 인구편차 기준까지 바뀌면서 농촌 지역에는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치는 선거구들이, 도시 지역은 인구 상한선을 넘는 선거구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선거구를 통폐합해야 선거를 지를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손질하겠다는 대선공약들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까지 열어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결의까지 했습니다. 선거법에는 기초의원 선거구당 선출 정원이 2인 이상 4인 이하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기초의회 선거구는 2인 선거구입니다.

중대선거구 도입 당시 여당과 제1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대부분의 선거구가 2인 선거구로 획정되었습니다. 온 나라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사이좋게 동반 당선되었습니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은 기초의회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거대 양당이 나눠먹기식으로 기초의회를 지배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3인 선거구가 인구 증가로 도시 지역에서 늘어났지만 복수공천으로 거대양당의 지배구도는 여전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중앙정치의 지역 지배구도가 지방정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경향도 점점 더 강해져 갔습니다.

기초의원 선거구와 의원 정수를 국회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구성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시·도의 총 정수 범위 안에서 결정합니다. 대선의 와중에서도 선거구획정위를 구성한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광역의원 선거구와 의원 정수가 결정되지 않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후보 검증이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입후보하려는 지방정치인들도 어느 선거구에 출마할지 확정할 수가 없습니다. 선거구 결정이 늦어지는 만큼 주민들이 후보를 검증하거나 공약을 살펴볼 기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주민의 선택권이나 알 권리가 침해받는 셈입니다.

대통령선거 때문에 법정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어 왔던 일입니다. 지난 2018년 제7회 동시지방선거 때는 예비후보등록 기간을 훌쩍 지나 선거를 불과 석 달 밖에 남겨 놓지 않은 3월 5일에야 선거구가 획정됐습니다. 2014년에는 2월 13일, 2010년에는 1월 25일에 획정됐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선거구를 국회가 아니라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획정하도록 하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가 이제 겨우 두 달 반 남짓 남아 있으므로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은 국회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는 다음 주 화요일(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내야 합니다. 정개특위는 광역의원 선거구획정과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 등을 빠르게 심의·의결해야 합니다. 각 당들의 정치적 셈법이 달라 쉽지 않아 보이지만 대선 때 내놓은 정치개혁 약속을 각 정당들이 정말로 실천할 것인지 가늠할 시금석인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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