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58] 박홍근·김기현 두 원내대표께 호소함
6·1 지방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데도 지방의원 선거구가 아직까지 획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의원정수도 미정입니다. 선거구는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전에 확정되고, 여기에 맞추어 의원정수도 결정되었어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은 모든 선거의 선거구는 선거 6개월 전까지는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상 보장된 평등선거의 실현을 위해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지방선거 선거구에 대해 내린 2019년 헌법불합치 판단 때문에라도 선거구는 이미 획정되었어야 합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지만 바로 무효화시킬 때 나타날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려고 법을 고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놔두는 결정입니다.
선거가 불과 58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선거구 획정을 안 한 건 명백한 위법입니다. 또 위헌이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시한인 2021년 말까지 선거구간 인구편차 4대1을 3대1로 조정하지 않았기에 선거구를 획정한 선거구역표는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한 현재의 선거구는 위헌인 겁니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이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인구편차를 2대1로 조정해서 획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지방의원 선거구간 인구편차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달리 3대1입니다. 지방의회 특성상 인구비례 원칙 못지않게 행정구역이나 지역대표성 등 2차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선거구가 신속하게 확정되어야 합니다. 인구가 변동되는데다 인구편차 기준까지 바뀌면서 대폭적인 선거구 변동이 예상됩니다. 인구편차를 3대1 이내로 할 경우 농촌 지역에는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치는 선거구들이, 도시 지역은 인구 상한선을 넘는 선거구들이 많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지역들의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기계적으로 인구수만 갖고 선거구를 획정하면 도시지역의 지방의원 정수는 늘어나고, 농촌지역은 크게 줄어들 겁니다. 도·농간의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인구가 적은 군에 1석을 부여하는 조항에는 위헌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고 있는 위법·위헌상황입니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 정치혁신 정치교체를 수없이 부르짖고,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정치개혁의 첫걸음이 될 선거구 획정과 기초의원 선거 중대선거구 도입문제가 표류하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정치적 이해관계, 특히 기초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 때문입니다. 거대양당이 사이좋게 나눠먹기를 해 온 2인 선거구를 포기하지 않으려다 보니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을 질질 끌다가 선거 직전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다음으로 미루지나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단체장 출마희망자들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문제는 지방의원 출마희망자들입니다. 그 가운에서도 현역은 그래도 신인보다는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신인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될지 모르므로 어디로 예비후보등록을 해야 할지 어느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려야 할지 막막할 겁니다.
오늘 국회 본회의가 열립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오늘도 선거구 획정과 의원정수 확정, 기초의회 선거의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불가능합니다. 다음 국회 본회의는 빨라도 다음 주나 되어야 열릴 겁니다. ‘비난은 잠깐이나 선거의 열매는 4년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여야가 협상을 하는 건 아닌지 정말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