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59] 국민의힘 기초자격평가 ‘립스틱 바른 돼지’ 안되려면
6.1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후보자등록 신청일은 5월 12일부터입니다. 새 대통령 취임 불과 이틀 뒤입니다. 공식선거운동은 새 정부 출범 열흘째인 5월 19일부터, 사전투표는 18일째인 5월 27일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23일째인 6월 1일 본선거가 실시됩니다. 새 정부의 출범이 6.1지방선거에서 컨벤션 효과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상 최소표차로 신승한 새 정부의 출범 채 한달도 안 돼 실시될 지방선거의 ‘대선 효과’를 놓고 엇갈린 분석들이 나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국민의힘이 유리할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취임 직후에 실시된 모든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주장입니다.
‘대선 승리 효과’나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가 이번에는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른바 ‘개딸’들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물결이 보여주듯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로 새로 취임할 당선인 지지도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대통령 지지도보다 낮은 낯선 상황이기도 합니다.
약한 소수여당이 될 국민의힘으로서는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으면 안 되는 선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지금은 윤석열 당선인보다 높지만 곧 퇴임을 하므로 문 대통령 이름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당선인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의 첫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지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입니다. 정치일정상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와 지방선거는 맞물려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대상자들의 능력과 자질, 특히 무엇보다도 비리가 문제가 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도 복잡합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당선인 측은 대선 후보 선출과정과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계속 불협화음을 냈습니다.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려는 이 대표와 당선인 중심으로 당을 바꾸고 싶어 할 이른바 ‘윤핵관’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준석 대표가 6.1 지방선거를 끌고나가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도입을 결정한 기초자격평가(PPAT)가 바로 이 대표의 요구였습니다. 4년 전의 지방선거 대패로 지방조직력이 약한 상황에서 인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기본 자질에 문제가 있는 출마희망자들은 걸러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4월 17일 광역·기초의원 공천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기초자격평가시험을 치르기로 확정했습니다. 평가 영역은 공직자 직무수행 기본역량, 분석 및 판단력 평가, 현안분석 능력 등입니다. 수능 치르듯 시험점수로 기본 자질을 판단하는 것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새로워지려는 노력으로 비쳐지기는 할 겁니다.
‘립스틱 바른 돼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컨설팅전문가 리오르 아루시가 처음 썼는데, 돼지가 립스틱을 발라 자신이 돼지인 걸 숨기려 하지만 사람들은 멀리서도 돼지라고 알아본다는 겁니다. 고객에게 잘 보이려고 장밋빛 전략을 내걸지만 조직 내부의 프로세스와 조직구성원의 마인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실패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중요한 건 시민들에게 ‘우리는 이런 것을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시민이 바라는 확신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겁니다. PPAT만으로 시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예컨대 장애인이동권 보장시위를 계속 비난한다면 이준석 대표의 어떤 노력도 ‘립스틱 바른 대표’가 되어 빛이 바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