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55] 대처 총리와 영국 지방자치 후퇴

마가렛 대처 총리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성남 초선)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입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무쇠 같은 의지와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대처처럼 “국민만 바라보면서 걸어가겠다는 취지”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입니다.

마침 오늘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기일입니다. 9년 전인 2013년 4월 8일 대처 총리(88세)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처는 전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훌륭한 귀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여성 정치인의 본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최장수총리였던 대처에게는 “소신 있고 결단력이 강한 지도자”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독선적이며 약자들의 고통에 둔감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립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위대한 지도자이자 위대한 총리, 위대한 영국인을 잃었다”고 애도했지만 영국 곳곳에서 대처의 죽음을 조롱하거나 축하하는 일들도 벌어졌습니다.

거리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행진하는가 하면, ‘마녀가 죽었다’고 환호하는 영국인들도 많았습니다. 축하하는 의미로 SNS에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Ding-Dong! The Witch Is Dead!(딩동! 마녀가 죽었다!)’를 올리는 영국인들도 있었습니다. 이 앨범은 1주일 만에 5만 장이 넘게 팔렸고, 음악 프로그램의 인기차트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감독 켄 로치는 “마거릿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매에 올려 가장 싼 가격의 장례업체에 맡기자. 그게 그녀가 원했던 방식이니까”라고 비꼬았습니다. 켄 로치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제5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016년 제6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명감독입니다.

대처의 강력한 반노조정책으로 위축됐던 영국 탄광노조는 “대처의 정책도 함께 묻히길 바란다”고 논평했습니다. 대처 총리 때 런던시의회 의장이었던 켄 리빙스턴은 “그녀는 주택위기 은행위기 실업수당위기를 만들어냈다. 실로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모든 현실적 문제는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들의 유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981년 5월에 런던시의회 의장이 된 켄 리빙스턴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986년 3월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대처 총리가 능률을 최우선시하는 정치 행정 개혁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제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1835년 도시단체자치법 제정으로 시작된 영국의 지방자치는 카운티(광역)와 디스트릭트(기초)의 2층제였습니다.

1970년대 IMF구제를 받을 정도로 열악했던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처 총리는 런던 등 6대도시의 지방자치 구조를 단층제로 바꿨습니다. 복잡한 행정 체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축소와 책임성 강화,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내세웠습니다. 지방자치 개혁은 한해 약 1억 파운드의 예산 절감과 공무원 6천5백여 명 감축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대처 총리는 또 쓰레기청소 학교급식 공공주택사업 등을 민영화해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도 대폭 줄였습니다. 당시 지방분권을 확대시켜나가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과 달리 공공서비스의 효율성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랐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처 총리가 추진한 중앙집권형 지방자치는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를 후퇴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교통 환경 등 많은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런던광역정부를 만들기에 이르렀고, 켄 리빙스턴이 초대 민선런던시장이 되었습니다. 그 뒤 보수당 정부에서도 지방분권을 대처 총리 이전으로 환원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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