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51]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로 민심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지난 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이 강한 정치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윤석열 당선인입니다. 시민의 기대나 지지가 곧 물러날 문재인 대통령보다 이례적으로 낮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윤 당선인의 힘이 가장 셉니다. 어쩌면 인수위 기간에 가장 힘이 강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기대보다는 평가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레임덕 현상이 그다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지율이 40%를 넘나들기도 하지만 큰 비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부패정권이라고 몰아붙였지만 문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 참모들에게서 부패가 문제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문 대통령보다 윤 당선인의 힘이 셉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입니다. 환영보다 우려가 더 많았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용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힘으로 취임 전에 윤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의 실마리를 푸는 일입니다. 바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용단을 내리는 일입니다.

선거구당 3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 중입니다. 여야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지방선거까지 불과 50일 남짓, 후보등록까지는 겨우 30일 남짓 남겨놓은 지금까지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선거일정상 이번 주에 처리를 못하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중대선거구제 전환의 취지는 소수정당이 기초의회에 진출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기초의원 선거구의 최소정수를 3인 이상으로 하고, 4인 이상 선출할 때 선거구 분할도 금지하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광역의원 정수를 늘리고 기초의원을 소선거구제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거부하면서 다양한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정개특위 안건이 아니므로 이걸 다루는 건 법률위반이라고 합니다. 6.1지방선거 때 적용을 목표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정략에 이용당할 수 있어서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모두 억지입니다. 중대선거구가 싫은 겁니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처리하겠다고 압박을 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정의당이 동참할 것이므로 단독처리는 아닌 모양새를 갖출 수 있지만 곧 집권여당이 될 국민의힘을 제쳐놓고 처리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성을 벌이고 정의당은 피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정치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국회의 자율적 논의에 당선인이라도 이래라저래라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협상과정에서 당선인과 다른 태도를 보이면 결국 부담은 당선인에게 돌아올 겁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간섭할 것도 지시할 것도 없이 자신의 생각만 다시 한 번 확인하면 됩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후보 시절 “다당제가 가능한, 그래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책임 있는 집권세력으로서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풀뿌리 의회의 개혁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치교체를 약속했고,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고, 통합과 소통을 다짐했던 새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대선거구 도입에 함께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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