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50] 1998년 ‘국민회의+자민련’ 단일화에 비춰본 지방선거
1998년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주민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6.4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2.6%였습니다. 역대 치러진 전국 단위의 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1961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설립된 이후로는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습니다. 대도시의 투표율은 울산광역시를 제외하면 모두 40%대에 머물렀습니다.
투표율을 떨어뜨린 요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헌정사상 첫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의 분위기에 밀렸습니다. 무엇보다도 IMF 체제가 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국가경제위기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낮게 만들었습니다. IMF를 불러온 국정운용 실패로 정치불신이 커졌습니다. 중앙정치의 개입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낮췄습니다.
6.1지방선거도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진 직후 실시됩니다. 대통령집무실 용산이전 문제로 한동안 흔들렸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정치의 지방선거개입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의 표심이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주민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1998년 6.4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백32명, 광역의원 6백90명 기초의원 3천4백90명을 선출하였습니다. 후보 경쟁률은 2.3대1로 6.27 선거의 2.7대1보다 낮아져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줄어들었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단독출마 선거구나 무투표 선거구 수는 늘어났습니다.
6.4지방선거 결과는 국민회의 약진, 자민련 정체, 한나라당 답보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직자의 재선율이 높았고 무소속이 부진했습니다.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의 관심이 낮다 보니 후보 선택 기준으로 정책과 공약 따위보다는 소속정당과 현직 여부 등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쉬운 것을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1회 동시지방선거 때 영남 지역 무소속의 대거 당선을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지금 서울시교육감)는 김영삼 정부에 대한 영남지역 주민들의 비판적 정서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호남 지역이 집권여당이 되자 반사적인 방어심리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가 결집되면서 무소속이 부진했다는 겁니다.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차지한 의석(비율)은 1995년 6.27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이 차지했던 의석(비율)보다 더 많았습니다. IMF 체제를 불러온 책임을 져야 할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에서 72.0%씩, 부산에서 45.1%, 경남에서 74.6%를 득표했습니다. 집권여당이 된 반대지역 정당에 대한 견제심리 작동이라는 게 조희연 교수의 분석입니다.
집권 여당의 반대 지역에서의 투표행태의 변화와 더불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제2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분할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공동정부를 구성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공천을 했기 때문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입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기 자기 정당의 지지율이 높은 곳에 후보를 출마시켰습니다.
단일화로 초접전의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금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국정운용의 큰 틀을 만드는 걸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이른바 ‘윤핵관’들이 여전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침내 국민의당 소속 이태규 인수위원이 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단일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공천은 두 정당이 지역적 지지기반이 달랐고, 특히 국민회의가 많이 양보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자민련과 달리 특정한 지역적 지지기반도 없고,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많이 배려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인수위 단계에서의 갈등에 지방선거 표심은 어떻게 움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