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47] 4월15일은 지방자치 부활의 날
4월 15일 오늘은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한 날입니다. 1991년 오늘 260개 기초의회가 일제히 개원했습니다. 지금은 기초의회가 226개입니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해 창원시가 되는 등 행정구역이 개편됐고, 2006년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행정시로 지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991년 3월 26일 실시된 기초의회 의원선거의 투표율은 55.0%로 매우 낮았습니다.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당원들이 출마는 할 수 있었지만 정당공천제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도 후보를 출마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당공천이 없으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별 당선자 수를 집계하지 않았고, 정당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했습니다. 각 당의 발표를 종합하면 민자당이 크게 이겼습니다. 민자당원은 260개 기초의회 가운데 190개 의회에서 과반을 넘겼습니다. 친민자당 무소속까지 포함하면 200개가 넘는 기초의회를 민자당이 지배하게 됐습니다.
정당공천이 없으니 기초의회 후보들의 기호는 추첨으로 결정했는데, 몇 번을 뽑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영남 지역에서는 1번을 추첨한 후보들이, 호남 지역에서는 2번을 뽑은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고 합니다. 특기할 사항은 1991년 기초의회 선거 때부터 투표용지에서 숫자와 한글이름만 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후보의 기호를 숫자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 때부터였습니다. 그 이전의 선거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를 읽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후보의 기호를 작대기로 표시했습니다. 1번은 (l) 2번은 (ll) 3번은 (lll) 4번은 (llll) 5번은 (lllll) 6j번은 (llllll) 등으로 표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대기 기호와 관련된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바로 1967년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작 배포한 계몽용 만화 팸플릿(250만장)을 회수해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화 속 태극기의 네 괘가 신민당 대통령후보 윤보선의 기호(III)와 비슷해 결과적으로 그를 선전하는 인상이 풍긴다며 부산 선관위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관위가 산하기관에 팸플릿의 회수 소각 지시를 내리자 만화를 그린 안의섭 화백이 반발했습니다. 당시는 대통령후보의 기호를 추첨으로 결정했는데 추첨 3일전에 그린 만화가 공정성 시비에 걸리자 화가 났던 겁니다. 안 화백은 군인 계급장인 작대기(二)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느냐는 반박만화를 4.18일자 조선일보에 실었습니다.
4월 15일에는 지방선거는 아니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 차례 실시되었습니다. 2004년 오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와중에 제17대 총선이 실시되었습니다.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해 16년 만에 여대야소가 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 10석으로 43년 만에 진보정당이 원내진출을 했고, 여성의원이 39명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2020년 오늘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제21대 총선이 실시되었습니다. 비례위성정당 문제로 시끄러웠고,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압승(180석) 미래통합당 참패(103석)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국 프랑스 등 전세계 47개국이 선거를 치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는 무사히 선거를 치렀습니다.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여야의 직무유기로 마냥 늘어지던 6·1지방선거 일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지역에 시범실시하기로 극적인 여야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거대양당 나눠먹기를 줄이고 풀뿌리자치의 다양성을 보장할지 판단하기에는 시범실시 지역이 너무 적지만 장치개혁의 첫 걸음은 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