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44] 6.1지방선거는 ‘윤석열의 시간’
광역자치단체장 대결구도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들이 일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공천과정을 지배하고 있다는 우려와 낙천 후보들의 반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론 경선이나 공천 과정에서 후유증 없는 선거가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논란은 뚜렷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다는 문제입니다. 국민의힘은 3.9 대선 때 서울에서 앞섰고, 오세훈 시장이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설왕설래 끝에 송영길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셉니다. 대선책임론 경쟁력부족 등을 내세우지만 당내 갈등이 슬그머니 끼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자들의 출마요구를 받아들여 결단을 내린 송영길 전 대표의 꼴만 우습게 됐습니다. 문제는 송영길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 이름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고, 급기야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유시민 전 의원까지 호명되었지만 승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소 유리할 거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과 후보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후보가 다소 앞서는 모양새지만 안민석-조정식-염태영 후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승민-김은혜 경선 구도가 짜인 국민의힘에서는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김은혜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윤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게 ‘윤심’ 논란입니다. 김은혜 의원이 인수위 대변인을 그만 두고 경기지사로 출마한 건 유승민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김태흠 의원에게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도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됩니다. 박 대통령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입니다. 윤-박 회동은 ‘본부장리스크’를 제기한 홍준표 의원을 탈락시키고자 유 후보를 밀어주려는 노림수였다는 겁니다. 김재원 후보가 유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제안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졌잘싸’라는 말이 있습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뜻입니다. 3.9대선 뒤 이재명 후보에 대해 ‘졌잘싸’라는 평가들이 많았습니다. 사상최소표차의 패배, 정권심판론이 강해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선거를 이길 수도 있는 선거로 만들었지만 끝내 이기지 못했던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졌잘싸’라는 말은 효력이 없습니다. 진 건 진겁니다.
이재명 후보와 지지자들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통한의 패배지만 지금은 ‘윤석열의 시간’입니다. 6.1지방선거는 윤 당선인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정치를 못해도 선거에서 이기면 그걸로 모든 게 정당화됩니다. 반대로 정치를 아무리 잘 해도 선거에 지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정치가 선거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석열 당선인이 이번 지방선거를 당내 기반을 넓히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논란은 개연성 있는 분석입니다. 강원지사 후보로 경선 없이 확정된 황상무 중앙선대위 언론전략기획단장(전 KBS 앵커)도 선거의 논공행상과 당선인과의 인연이 두드러집니다. 그러다보니 단식과 탈당 등 반발은 있지만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심’ 논란이 있습니다.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출마도 다 ‘이심’이라는 겁니다. 공천 잡음과 반발이 있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선의 전·현직 국회의원 3인의 경선으로 결정된 전북지사 선거가 대표적입니다. 현직 송하진 지사는 컷오프에 반발하지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