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45] 지역언론 갈등 대신 통합의 ‘횃불’ 돼야
지역언론은 지방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전국언론이 주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다른 선거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나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간간이 보도하기도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다루는 보도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동시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기표소에 들어갈 때 받는 투표용지는 7장이나 됩니다. 시·도지사만 뽑는 것이 아니라 시장·군수·구청장도 뽑아야 하고 교육감도 뽑아야 합니다. 시·도의회 의원과 시·군·구의회 의원도 뽑아야 합니다. 또 의원선거에서는 정당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까지 뽑아야 합니다. 수천 명을 뽑아야 하는 겁니다.
선거 종류별로 선거구도 다르고 후보도 다릅니다. 지금 온 나라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은 몇 만명이나 됩니다. 아직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므로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희망자까지 따지면 더 많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무슨 단위의 선거에 누가 출마했고 어떤 사람인지 주민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중앙언론이 소홀히 다루는 기초단위의 선거와 광역의회 의원선거 관련 소식을 지역언론은 상세히 보도해 줍니다. 누가 좋은 동네 일꾼이 될지 정보가 부족한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언론의 보도는 가뭄에 단비처럼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역 중심의 보도가 지역 정서를 자극시키고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경량이 있어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게 후보들이 그 지역출신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입니다. 며칠 전 한 언론에 “첫 수원특례시장, ‘지역 출신이냐, 비(非)수원 출신의 새 역사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중간 제목은 “정당소속 예비후보 15명 중 4명 ‘비수원 출신’” “여론조사서 민주는 ‘비수원’, 국힘은 ‘수원 출신’ 각각 1위”였습니다.
지역중심 보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잘 보여주는 이 기사의 첫머리입니다. “오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수원특례시장 예비후보들의 출신지가 시민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선이 시작된 1995년부터 2018년 민선 7기까지 수원시장은 모두 수원 출신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 전통이 깨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서다.”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로 수원시민들이 후보들의 출신지에, 그리고 비수원출신이 시장이 될 것인가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사회라는 걸 너무 의식한 언론과 기자들의 접근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 그 동안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기사는 지연에 이어 학연까지 부추깁니다. “수원 출신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 기준은 애매하다”고 하면서도 “수원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수원사람”과 “태어나기까지 한 오리지날 수원사람”이라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7명을 오리지날 수원사람 3명, 수원사람 3명, 비수원사람 1명으로 분류한 겁니다.
비수원사람으로 분류된 후보를 기사는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자랐고 대학시절 수원과 인연이 닿은 후 줄곧 수원에서 살아서 자신을 ‘수원사람’이라고 하지만 정작 수원에서는 수원사람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소개합니다. 수원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태어난 곳과 자란 곳보다 훨씬 더 오래 수원에서 살았지만 수원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원시 부시장을 5년 넘게 역임했고, 경선에서 지는 바람에 출마는 못했지만 국회의원 예비후보였으며, 3.9 대선에서도 지역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래도 비수원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합니다. 굳이 수원 비수원을 따지는 건 더욱 불편합니다. 수원의 초·중·고를 나왔느냐 아니냐가 수원특례시장의 중요한 자격요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