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서 80년간 연구한 행복의 비결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어느 누가 행복할까?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다. 저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를 테니까. 그래도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를 연구한 사람들이 있다. 80년간 행복비결을 끈질기게 연구한 하버드대학 연구팀이다.

그럼 재물은 많이 가진 부자들이 행복할까? 사마천(司馬遷 , BC 145~86)의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는 고대 중국의 유명한 부자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 BC 520~456)이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세속적인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탁월한 언변과 외교술로 많은 외교적 난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타고난 통찰력으로 엄청난 부를 이뤘다. 사마천은 공자가 천하에 알려진 것도 자공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마천이 말하는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비결은 이렇다.

첫째, ‘가진 것이 없을 때는 몸으로 노력하라’(無財作力). 자본이 없다면 먼저 몸을 써서 돈을 모아야 한다.

둘째, ‘조금 모았으면 지혜를 쓰라’(少有鬪智). 자본을 어느 정도 모았다면 그다음은 지혜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이미 부자가 됐다면 시기를 이용하라’(旣饒爭時). 자공처럼 시간에 따른 상황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부를 축적했다고 행복할까? 하버드대서 80년간 연구한 행복의 비결은 돈도, 성공도 아닌 바로 ○○○○이었다. 과연 무엇일까?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봄 한국을 포함해 세계 17개국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질적 행복’이 1순위인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다른 대부분 국가의 1순위는 ‘가족’(한국 3위)이었다.

돈이 행복을 이루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행복의 1순위가 될 수 없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이 세상 돈 많은 부자, 연예인, 스타, 권력자들이 왜 그리 갈등과 불화, 병, 약물 남용 속에 살아가겠는가?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팀’은 1938년부터 2013년까지 75년 동안 다양한 계층의 소년 724명을 뽑아 2년마다 그들을 인터뷰하며 인생을 관찰했다. 부모의 직업부터 직업, 건강, 결혼, 가정생활, 사회적 성취, 친구관계 등 삶의 전반을 살폈다. 그리고 뇌 스캔, 건강 검진 등 신체적 변화도 추적했다.

이후 2015년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인 로버드 월딩어(Robert Waldinger)는 75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이 행복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우리가 삶의 목표로 좇는 돈과 성공, 성취, 명예에 있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도 행복감을 주는 데에는 궁극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버드가 찾은 행복한 삶의 비결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그럼 ‘행복한 삶의 비결 3가지’가 뭔지 살펴보자.

첫째, 가족과 친구, 공동체와의 연결이 긴밀할수록 행복도가 높으며, 외로움과 고독은 독약과 같다. 인간관계가 좁고 혼자 지내는 사람보다 사회적 관계가 활발한 사람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수명도 더 길었다. 외로움은 행복감을 떨어뜨리고 건강이나 두뇌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둘째,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느냐보다 친밀함, 신뢰도가 높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 온 사람일수록 나이 들어서 더 건강하고 노화속도도 느렸다.

셋째, 좋은 관계가 몸과 마음뿐 아니라 두뇌도 보호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나이 들수록 뇌기능이 더 빠르게 떨어졌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기억력이 더 오래 잘 유지된다.

월딩어 교수의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부와 명성, 높은 성취를 추구하는 데 삶의 목표를 두었다. 그들은 그것들이 성공한 삶, 좋은 삶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75년 동안 연구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산 이들은 부와 명성이 아닌,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원불교문인협회 회장, 전 원불교 청운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