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칼럼] “남은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묘비명’

버나드 쇼와 묘비 <출처 네이버 블로그>

‘많은 분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고민을 한다. “나는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의 목숨 길이는 모른다”라는 독일민요가 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개인의 경험, 자격, 권한, 책임 등을 결정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이 나잇값이 아닐까 싶다. 나이 70이 넘으면 “추하게 늙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세상 떠날 때, 묘비에 자기 생각을 밝히고 가곤 한다.

유럽을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나를 땅에 묻을 때, 손을 땅 밖으로 내놓아라. 천하를 손에 쥐었던 이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갔다는 것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함이다.”

버나드 쇼(1856~1950)은 묘비명에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썼다. 극작가·평론가·사회운동가 등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면서 192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다. 94세까지 장수하며, 자기의 소신대로 살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으스대다가 임종이 가까워지면 종종걸음을 친다. 평소 수행을 통한 죽음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원불교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은 ‘천도품’(薦度品)에서 이렇게 말했다.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에 사는 것만 큰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들은 죽는 일도 크게 아나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내역(內譯)과 생(生)은 사(死)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조만(早晩)이 따로 없지마는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 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갈 때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하리라.”

나이 80이 훨씬 넘은 필자는 어떻게 묘비명을 쓰고 가면 좋을까 생각해 본다. 내 좌우명이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뛴다”이다. 이런 좌우명에 부끄러움은 없을까 한번 되돌아보곤 한다.
첫째, 스승께서 내려주신 ‘스승님 8훈(訓)’을 이행하고 있나?
①말의 억양을 낮추어라 ②겸양 이상의 미덕은 없다 ③말보다는 행이 앞서라 ④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풀라 ⑤거짓말하지 말라 ⑥중죄를 짓지 말라 ⑦공부와 사업에 몰두하여라. ⑧교당과 회상과 일체 생령 위한 대인이 되어라.

둘째, 공부와 사업에 몰두하였는가?
1)법회 출석.
원불교 입교 후, 그날부터 40년간 단 하루도 빠져 본 일이 없다. 외국에 나가서라도, 원불교 교당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법회를 보았다.

2)<원불교 전서> 읽기.
1년에 10번 봉독(奉讀)의 서원을 세우고, 303번을 읽고나니 오른쪽 눈에 피가 나왔다. 그 후 갑자기 눈이 나빠져 교무님께 보고하고, 봉독을 멈추었다.

3)백일기도 10년의 서원.
10년의 세월을 새벽에 교당에 나와 100일 기도 개근을 하였다.

4)원불교 여의도 교당 회보 창간.
교무님을 3개월간 졸라 <여의도 회보>를 창간하고, 8년6개월 간 편집장을 맡았다.

셋째, 각종 조직의 대표로 열(熱)과 성(誠)을 다했는가?
1)원불교 청운회장 2)보은동산 회장 3)사회복지법인 청운 보은동산 이사장 4)서울 노원 제1종합사회복지관 인수 5)원불교문인협회 회장 6)원불교 모려회(慕麗會) 회장.

넷째, 카페 ‘덕화만발’ 창립과 현재
Ⓐ카페지기 활동 Ⓑ덕화만발 덕인회 활동 Ⓒ덕화아카데미 활동

나는 다시 돌아본다. 이 모든 단체와 조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까? 아니다! ‘스승님 8훈’은 80% 정도는 실천했을 것 같다. 다행히 각종 조직의 대표로 열(熱)과 성(誠)을 쏟아 어느 정도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할도 부족하지만 열심히 했다.

나의 묘비명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 다시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천방지축(天方地軸) 내 스승님은 내게 “지옥에 퐁당 떨어질 중생을 건져 내었다”고 웃으신다.

이제 살만큼 살았고 뛸만큼 뛴 것 같다. 이에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자”를 내 묘비명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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