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의장 선출, 민주당 되살릴 기회!

왼쪽부터 김진표, 이상민, 조정식, 우상호 의원 <사진 이미지 경향신문>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새는 두개의 날개로 난다.” 만고(萬古)의 진리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를 이끄는 두 날개 중 한쪽 날개가 심하게 병이 든 것 같아 걱정이 많다.

금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방선거 승부처 중 하나인 충청권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43% △민주당 29% △무당층 23% △정의당 4% △그 외 정당 1%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2020년 11월까지 민주당은 지지율 1위를 내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첫째 주 국민의힘에 1위를 내준 이후, 지금까지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원인을 174석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해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174석의 힘으로 ‘공수처법’ 등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고 마침내 ‘검수완박’을 다수 국민의 뜻에 거스르며 절대다수당의 권한을 만끽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 원인은 ‘불신 자초’, ‘국회의무 망각’, ‘리더십 부재’ 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다시 민주당이라는 한쪽 날개를 치료하고, 새로 정부를 장악한 국민의힘과 펄펄 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

그것은 우선 5월 24일 치러지는 국회의장 선거에서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입법부 수장 역할을 한다. 재적 300명의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며, 말 그대로 국가의 큰 어른이다. 국회의장은 대권 주자를 제외한다면 국회의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그렇다면 국회의장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품격은 어떤 것일까?

1993년 제14대 국회의장 때, 청와대가 예산안을 법정기일인 12월 2일까지 원안 통과를 압박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장 이만섭은 집요한 권력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결기를 보여주었다. 소신대로 여야 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그 후 2000년 DJ(김대중) 집권 후 두번째 국회의장으로 등용된 새천년민주당 때는 한술 더 떴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에서 날치기 처리된 것에 분노해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다.

청와대가 압박하면 꼬리를 내리던 여의도에 비로소 의회주의 맹아(萌芽)가 싹을 틔운 순간이었다. 의회주의자 이만섭의 소신이 빛난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만섭의 이같이 눈부신 정치 역정은, 저서 <날치기는 없다>, <나의 정치 인생 반세기>에 기록돼 있다.

이번 국회다수당인 민주당이 선출할 새 국회의장에 국회의원의 사표가 된 이만섭 같은 결기와 덕을 갖춘 후보는 없을까? 그런 분을 찾아야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날개를 되살릴 수 있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는 조정식, 김진표, 이상민, 우상호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그들 가운데, 김진표 의원은 전반기 의장선거 때, 박병석 현 의장에게 양보했기 때문에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상민 의원은 주요 현안마다 소신 발언을 하면서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이런 까닭에 당내 강경파 의원들보다 온건합리파 의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21대 국회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여야가 바뀌었기 때문에,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상민 의원을 제외하고 김진표·조정식·우상호 의원 등이 벌써부터 당론을 충실이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이 20일 기존 반대입장을 철회하고 한덕수 총리 인준에 찬성한 것도 최근 지지율 추락과 처럼회 등 초선 강경파에 휘둘리며 리더십이 실종된 채 6.1지방선거마저 국민의힘에게 참패할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으로선 여느 국회의장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의 변모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며 지지를 호소할지,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보여준 숫자를 앞세운 무능·무책임·내로남불을 이어갈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원칙 있는 개혁과 대타협 정신을 이어온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회정신을 회복할 것인가?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이 소신 있고, 강직하며, 결기 있는 국회의장을 뽑고, 이어 젊고 정의로운 새로운 지도자를 발굴해 이 나라 정치 풍토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마음은 8순 지난 나만의 소원은 아닐 것이다.

새는 건강한 두 날개로 날아야 멀리 높이 날 수 있다. 병들어가는 민주당이 어서 날개를 살려 대한민국이라는 붕새(鵬鳥)가 구만리 장천을 훨훨 날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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