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회의장 선출 민주당, ‘김대중·노무현으로 U턴’ 혹은 ‘더 깊은 수렁’

진정한 의회주의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이 선출할 새 국회의장에 양철 배지들의 사표가 될 사람은 없다. 그래도 나름 결기와 덕을 갖춘 후보는 내가 보기에 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라야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항모를, 좌표 잃고 표류하는 큰 배를 조타할 수 있다. 이번 의장 선거는 조정식, 김진표, 이상민, 우상호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김진표 의원은 전반기 때, 깜냥 미달의 박병석에게 양보한 바 있다.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과 SK(정세균)계 지지를 받고 있어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조정식은 대선 후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이재명계 지지를 받고 있다. 이재명의 팬덤도 당원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그를 의장으로 추천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상민은 주요 현안마다 소신 발언을 하면서 ‘미스터 쓴소리’가 됐다. 이런 연유로 당내 강경파 의원들보다 중도합리파 의원들에게 인기다.

여야가 바뀌었기 때문에, 거야의 이번에 선출될 의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을 제외하고 김진표·조정식·우상호는 벌써부터 당론 타령이다.

윤석열 정부의 ‘발목잡기 노선’을 충실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민주당 내 경선 구도는 5선의 김진표와 조정식의 양강 구도란다.

부의장에는 5선 변재일과 4선 김영주가 각축 중이다. 김영주가 다소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오늘 치러질 투표에서 의장에는 김진표와 조장식이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정권교체 직후의 의장인 만큼 후보들은 일성에서 민주당의 정체성과 선명성을 강조했다.

다행히 거야가 ‘처럼회’ 초선 강경파에 휘둘린 반작용 탓에 이상민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결선 없이 치러지는 ‘원샷 경선’인 만큼 세가 확실한 쪽이 강세를 보일 거라 한다.

겉으로는 조용하다. 그러나 거야 내부에서 의장으로 누구를 뽑을지 내홍이 심각하다고 한다. 4선으로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는 한번 해본 건가? 참 희한하다. 이재명이야 그렇다 치고 송영길과 우상호는 불출마선언 쇼를 했다.

그것은 단순히 배지 포기를 그만 달겠다는 게 아니다. 절대다수의 양심적 운동권 출신들을 부끄럽게 만든 책임을 지는 게 아니었나? 권력의 단맛에 취한 게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이재명계는 조정식, 친문은 김진표, 그리고 정세균 이낙연계는 방관 태세라고 한다. 국회의장 선출은 종다수로 1차에서 끝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야가 ‘개딸명파’니 ‘대깨문파’니 하는 계파정치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할 건가?

소신도 철학도 지조도 없는 조정식이나 김진표가 의장이 되면 거야는 6.1지선에 이어 1년 10개월 뒤 총선에서도 미증유의 참패를 당할 할 거다.

다수당, 다선이 의장을 맡는 관례와 전통을 무시하고 4선의 우상호 출마는 정상적 의회 정치에선 상상 못할 짓거리다. 의장 경선이 마치 당 대표를 뽑는 경선처럼 전개되고 있다.

김두관·안민석은 일주일 전,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를 당원의 손으로 뽑자’는 주제로 당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부터 ‘노(No) 수박’ 서명운동을 벌여온 ‘밭갈이운동본부’ 소속 강성 당원들이 간담회에 대거 참석했다. 강성 당원들은 온건합리적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겉과 속 색깔이 다른 수박’이라고 조롱한다.

이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이 분명한 국회의장을 뽑아야 한다”면서 “의원 투표로 뽑는 관행을 바꿔 당원 직접투표로 의장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니 무소신 무배짱 거야 의원들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당파성 구애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평소 온건했던 김진표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친서를 보내 표밭을 열심히 갈았다.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

조정식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도합리적인 다수의 온건파 의원들이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거야 항모는 침몰한다. 장애우의 상징성과 정치적 야심도 없는 편인 이상민을 나는 눈여겨 보며 지지를 간절하게 호소한다.

필자는 2013년 1월 중순 <동아일보>가 연재한 ‘야당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시리즈를 기획한 바 있다.

168석의 거야가 정신 차리고 나라 바로 세우고, 일자리도 더 만들려는 선의의 경쟁을 윤석열 정부와 해야 한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심각한 퇴행과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야당이 먼저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고 믿는다.

민주당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한덕수 총리 인준에 찬성한 것도 최근 지지율 추락과 ‘처럼회’ 등 초선 강경파에 휘둘리며 리더십이 실종된 채 6.1지방선거마저 참패할 우려 때문이지 않았는가?

민주당으로선 여느 때와 달리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의 변모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며 지지를 호소할 필요가 절실하다.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보여준 거야의 무능·무책임·내로남불을 이어간 블랙코미디를 자아내면 폭망한다. 그 중차대한 선택의 기로에 ‘민주’ 두 글자의 이름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거야가 놓인 셈이다.

민주당 다수의 온건 중도 합리파 의원들이 원칙 있는 개혁과 대타협 정신을 이어온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회정신을 회복할 것인가? 국민들은 매의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다.

소신 있고, 강직하며, 결기 있는 국회의장을 뽑고, 이어 젊고 정의로운 새로운 지도자를 발굴해 이 나라 정치풍토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멀리 높이 나를 수 있다. 병환이 깊은 민주당이 상처가 깊은 날개를 치유해 대한민국을 저 맑고 푸르른 창공으로 이끌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길은 쓴소리를 할 줄 아는 이상민을 의장으로 뽑는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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