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에 걸려 넘어질 파리떼들부터…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홍준표 의원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캠프 인사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심을 거역하는 당심(黨心)은 없다. 흘러간 정치인들 주워 모아 골목대장 노릇 하는 것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또 “그건 리더십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갈 곳 없는 낭인들이 임시 대피소를 찾은 것에 불과하다”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그걸 두고 ‘파리 떼’라고도 했다. 파리 떼는 썩은 곳에만 몰려든다”고 주장했다.
<초한지>에 나오는 한비자(韓非子, BC 280~233)의 말에 “흙더미에 걸려 넘어지지 마라.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다만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라고 했다. MB 정권시절에 방송계의 황제 소리를 들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인허가를 미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70대 중반의 최 위원장은 인생 황혼기에 작은 흙더미에 걸려 넘어졌다. MB정권 탄생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정두언 전 의원도 비명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만사형통’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받던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다가 흙더미를 잘못 밟고 권력에서 멀어졌다.
깨끗한 진보정치의 대명사인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4천만 원과 고결한 목숨을 바꿨다. 이렇게 정치인에게 주는 돈은 공짜가 없다. 가시가 달린 생선이라 삼키면 목구멍에 걸리게 되어 있다. 가짜 수산업자에게 고급 자동차를 접대 받은 박영수 특검이 서슬 퍼런 자리에서 내려왔다.
박영수 특검이 누구인가? 박근혜를 처참하게 난도질한 포청천이었다. 연이어 그는 대장동사건에 연루되어 또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의 좌희정으로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던 충남지사 안희정, 칠전팔기의 오뚜기 부산시장 오거돈, 희망제작소를 차리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서울시장을 3선 연임한 자칭 인권시장 박원순, 이들은 한결같이 가장 가까이서 자신을 보좌하던 여비서를 희망 고문하다가 분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흙더미에 걸려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도덕적 오만함의 뒤에 자신을 가리고, 냄새가 진동하는 분토(糞土)에 걸려 넘어졌다. 누군가가 “정치인은 교도소의 담장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렇게 정치인은 한발 헛디디면, 천길 나락에 떨어지게 되어있다. 정치와 권력의 세계에서 ‘재와 색’을 비껴가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심지어 뛰어난 지혜를 자랑하던 한비자도 진시황의 부름을 받고,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갔다가 동문수학한 승상 이사의 모함에 걸렸다. 천재인 그도 이사가 쳐놓은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고 옥중에서 49세의 나이로 꿈을 펴지 못하고 음독자살 했다. 자신이 말했던 흙더미에 걸려서 넘어진 것이다.
이것이 인간사 ‘새옹지마’가 아닐까? 한때 봄날이 영원할 것 같아도 ‘권불십년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다.
‘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이라 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는다.
진실로 속이 꽉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도인의 삶을 살아간다. 짖는 개는 물지 않고 물려는 개는 짖지 않는다. 대인(大人)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시비를 걸어 이기거나 다투어 싸우고자 하지 않는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는 조용히 침묵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강태공은 80이 넘도록 때를 기다렸다. 조용한 침묵 속에 오히려 참된 가치와 위대함이 있다. 옛말에 “침묵이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 후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기다림과 같다”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이 ‘파리떼’란 비아냥 받지 말고 조용히 실력을 길러 작은 흙더미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