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지기·인기’···이재명 vs 윤석열 누구 ‘기’가 더 셀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지난 금요일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선출되면서 이제 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야당의 윤석열 후보가 본게임에 돌입하게 됐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대권을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옛날 중국에서는 ‘천기·지기·인기’(天氣·地氣·人氣) 이 세 가지 기(氣)를 습득한 자가 제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한나라 때 사상가인 왕충(王充)은 “천지가 기(氣)를 합쳐서 만물이 스스로 생겨났다”고 했으며, 송나라 사상가 장재(張載)는 “필연적으로 기가 모여 만물을 이룬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 주변에 있는 삼라만상은 온통 기로 둘러싸여 있다는 말이다.

물에는 물기(水氣), 불에는 불기(火氣)가 있으며, 사람의 얼굴에 핏기(血氣)도 있다. 그뿐인가? 공기, 바람기, 습기, 온기, 냉기 등 만물에는 각각의 기가 나온다. ‘기(氣)’의 사전적 정의는 ‘활동하는 힘 또는 숨쉴 때 나오는 기운’이라고 쓰여 있다. 한 마디로 기는 에너지다. 이렇게 기가 충만할 때 사람의 생활에 생동감이 흘러 넘친다.

그래서 우리는 생기가 있다느니, 원기가 왕성하다느니, 정기를 이어 받아야 한다는 등의 말을 일상생활 속에서 다반사로 쓰고 있다. 그 중 삼기(三氣)를 알아보자.

첫째, 천기(天氣).
천기는 하늘에 서려 있는 기를 말한다. 하늘에는 태양과 달을 비롯하여 수많은 별들이 질서를 유지하며 운행하고 있다. 태양이 아침에 떠올라 저녁에 지면 하루가 가고, 달이 기울었다 다시 차면 한달이 된다. 별이 하늘을 한 바퀴 돌면 일년이 지난다.

그래서 성상(星霜)이란 말이 나왔다. 성상이란 “별은 일년에 한 바퀴를 돌고, 서리는 매해 추우면 내린다”는 뜻으로, 한 해 동안의 세월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천기란 연월일을 나타내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왕은 하늘이 낸다”는 말은 시기를 잘 타고 나야 한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둘째, 지기(地氣).
입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입구다. 입을 통해서 밥, 과일,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신다. 음식물이 입에 들어가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땅(地)에서 나온 것들이다. 인간이 먹는 음식물은 땅의 지기(地氣)를 받고 자란다.

셋째, 인기(人氣).
인기는 어떤 대상에 쏠리는 대중의 높은 관심이나 좋아하는 기운을 말한다. <채근담>(採根潭)에는 “소인(小人)이 미워하고 비방하는 바가 될지언정, 소인이 아양 떨고 찬양하는 자는 되지 말 것이요, 차라리 군자(君子)가 책망하는 자는 될지언정, 군자가 관용하는 자는 되지 말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칭찬받고 찬양받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사람이 남의 아첨이나 칭찬에 집착하다가는 나라도 망하고 자신도 망하는 수가 있다. 인기는 모략이나 독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천지조화(天地調和)를 이루면서 인맥을 넓히는 것이다. 천지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하늘과 땅, 즉 시간과 공간의 조화를 이루면서 그 맥을 넓힌다는 뜻이다. 하늘(시간)과 땅(공간)이 조화를 이루어야 보다 확실한 인맥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기를 붙잡아 인맥을 넓히는 일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인기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것이다. 천기, 지기, 인기 셋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결국 제왕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든든한 인맥을 가진 인기 있는 자가 제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인기는 너와 나 사이에 기가 통할 때 보다 끈끈한 유대가 이루어지고 인맥이 공고하게 형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