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vs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한국인의 안 좋은 습성을 풍자한 속담 중에 ‘독 속의 게’라는 것이 있다. 독 속에 게를 풀어 놓으면 서로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한다. 밑에 있는 게가 올라가는 게를 끊임없이 물고 당겨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원불교 미국 동부교구 뉴욕교당은 뉴욕 플러싱에 있다. 오래 전에 한국인이 많이 살아 그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야금야금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이제는 거의 중국인촌으로 바뀌어 있다. 중국인 1명이 봇짐을 들고 공항에 내리면 중국인 10명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가게를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다음 번에 다른 중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중국인 11명이 도와서 자리잡게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한명이 이민 오면 10명이 달려 들어서 벗겨 먹는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있다. 또 다른 한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11명이 달려든다는 얘기가 해외동포들 사이에 돌기도 했다.
오래 전에 중국 상하이에 가본 적이 있다. 당시 상하이 거리는 참으로 볼품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상하이 푸동 지구의 마천루들을 목을 꺾듯이 젖혀 쳐다보면서 한편으로는 배가 아프고, 한편으로는 걱정과 한숨이 절로 나온다.
중국이 언제 이런 나라가 되었나? 어딜 가나 숲을 이루는 저 엄청난 빌딩들! 사소한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과 IT 기술로 움직이는 이 시스템은 도대체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 10여 년 전 그 지저분하던 길거리와 시끄럽던 식당들, 악취에 찌든 화장실과 내의 빨래를 걸어놓던 뒷골목은 어디로 갔나?
중국은 더 이상 소문 속 잠자는 거인이 아닌 게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중국에 한참 뒤졌다. 돈, 사람, 기술, 그 어느 것에서 우리가 이기는 게 있는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야말로 돈, 사람, 기술뿐만 아니라, 국가적 야망과 활력에서도 우리는 뒤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체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한다. 사촌을 대접해 그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넓은 세상 큰 외적과 상대해 이길 생각보다는 같은 업종, 가까운 이웃부터 밟고 올라서려는 못된 버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한참 불 붙고 있는 대선정국을 살펴보아도 우리는 온통 ‘독 속의 게’ 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모함과 비방, 가짜 여론도 서슴지 않는다. 몇 년 전 경기도 한 제과점 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고발이 인터넷에 떴다. 경쟁 제과점 주인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수원 어느 대학 앞 건물에 있는 대형 PC방 두 곳이 고객 유치를 놓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전쟁을 벌였다. 한쪽이 ‘시간당 요금 500원, 라면 500원’으로 손님을 부르자, 다른 쪽은 ‘시간당 300원, 라면 300원’을 내걸었다. 둘은 원래 동업까지 생각한 사이였다.
그런데 이제 ‘너 죽을 때까지 PC방 요금 무료!’까지 갔다. “성범죄자도 PC방 차리나요?” 이같은 인신공격 현수막도 마다하지 않았다. 양쪽 다 적자이고 출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들에겐 상관 없다. 중요한 건 상대를 끌어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인근 업소들까지 다 죽는다.
무더운 여름날 사자와 멧돼지가 샘터에서 만났다. 둘은 서로 먼저 물을 먹겠다고 사납게 싸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멀리서 독수리 떼가 먼저 죽는 쪽을 먹어 치우려고 지켜보고 있다. 사자와 멧돼지는 서로에게 말한다.
“독수리 밥이 되느니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