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환에 ‘4전5기 신화’ 안겨준 카라스키야가 내게 준 선물

1977년 11월 27일 홍수환(오른쪽)의 주먹에 KO패 한 카라스키야. ‘4전5기’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사건은 훗날 필자 김덕권의 인생에 또다른 전환점이 됐다. 프로모터였던 김덕권은 카라스키야를 한국에 불러 벌어들인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김덕권으로 하여금 돈의 가치있는 사용을 깨닫게 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필자가 젊어서 권투 프로모터 생활을 할 때였다. 당시 홍수환 선수가 파나마로 날아가 ‘지옥의 악마’로 불리던 카라스키야와 싸워 4전5기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 카라스키야를 한국으로 불러들여 복수전을 치르면 흥행에 대박을 터뜨릴 것 같았다. 예상이 적중했다. 당시 동양방송 후원으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지옥의 악마 카라스키야 복수전’은 공전의 히트 끝에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돈을 거둬들였다.

그런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잘 몰라 인생을 막 살아온 탓에 그 돈이 언제 없어지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생전에 번 돈을 다 쓰고 가라 하고, 어느 사람은 악착 같이 모아 노후를 잘 보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죽은 뒤에 남은 돈’은 우리 인생에 ‘복’일까, 아니면 ‘독’일까?

일본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원을 발견했다. 이처럼 유품 속에 섞여 나온 돈이 지난해에만 1900억원에 달했다 한다.

이 사실은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던 노년의 강박감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노인들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에 의지할 곳은 돈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돈도 소용없고, 자식에게 준다고 자식이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꽤 오래전에 코미디계의 황제라 불리던 이주일 선생의 묘가 사라지고, 묘비는 뽑힌 채 버려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적이 있다. 한참 밤무대를 뛸 때는 자고 일어나면 현금자루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 부동산은 지금 가치로 따지면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금연광고 모델로 나와 흡연율을 뚝 떨어뜨릴 만큼 선하게 살았고, 세상 떠난 뒤 공익재단과 금연재단 설립까지 꿈꿨던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껏해야 1년에 100만원 안팎인 묘지관리비를 체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못된 재산상속은 상속인에게 독이든 성배(聖杯)를 전해주는 꼴이나 진배 없다. 상당수 재벌이 상속에 관한 분쟁을 겪는다.

재벌뿐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재산상속을 놓고 가족 간에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본다. 잘못 남기는 재산은 형제자매 간의 원수관계가 만들고 만다. 이 경우 유산을 놓고 싸움질하는 자식보다 재산을 생각없이 물려주고 떠나는 부모의 무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모가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자식이나 형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자식들에게 돈을 남겨주고 떠나지 말고, 장의사에게 지불할 돈만 남겨두고 다 쓰라”는 말을 우리 노인들은 깊이 새겨 들으며 좋겠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준 물질적인 축복을 마음껏 누리고, 인생 만년엔 공덕을 마음껏 짓고 세상을 떠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죽을 때 가져가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무상공덕, 상생의 선연, 청정일념이다. 필자는 이 세 가지 공덕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고 행동한다. 첫째는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닦은 바가 크지 않으니 바보처럼 사는 것, 즉 조금 밑지며 사는 것이다.

둘째는 가능한 무조건 베푼다. 베푸는 방법은 정신·육신·물질로 한다. 셋째는 앉아서 말로 하지 않고 맨발로 뛰는 것이다. 개인 또는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면 온 몸을 던져 뛰어든다.

공덕을 짓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심공덕(心功德).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들인다. 마음으로라도 잘 되라고 빌어준다.

둘째, 행공덕(行功德). 자신의 육근 작용으로 덕을 베풀고, 자기의 소유로 보시를 행하여 실행으로 남에게 이익을 준다. 재물이 없으면 몸으로 뛰고, 몸까지 성치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빌어준다.

셋째, 법공덕(法功德). 대도정법의 혜명(慧命)을 이어 받아, 그 법륜을 굴리며, 정신⸳육신⸳물질로 도덕회상을 크게 발전시키는 공덕이다. 이 법 공덕이 공덕 중의 으뜸이라고 한다.

생전에 억척 같이 돈을 벌었으면 자식에게는 적당히 살 수 있을 정도만 남기고, 사회와 이웃과 나누는 게 훨씬 보람있고, 후대에도 큰덕을 끼치리라 나는 확신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