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대한민국 ‘정치시인'”···이승만정권서 문재인정권까지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김춘수 시인 얘기가 나왔으니 역대 문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이런저런 짧은 소감을 언급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인들의 현실정치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성과에 상처를 입히고 허물어버리는 일이다. 짧은 기간의 달콤함에 현혹되어 자신을 송두리째 내버리는 무분별이다.
과거를 돌이켜보자면 일제말 친일문학 부류가 바로 그렇다. 제국주의 체제에 영합하여 시국강연, 지원병 입대 권유, 정신대 입소 권유, 신체제의 동참 권유를 위해 다녔다. 이광수, 최남선, 주요한, 모윤숙, 김동환, 김팔봉, 서정주, 곽종원, 조연현, 김종한 등 그런 부류가 부지기수다.
8.15 해방 이후 이승만정권 하에선 석계향 따위가 그러하였다. ‘우리의 위대한 국부 이승만 박사’
북한의 교조주의 문학과 다를 바 없었다.
모윤숙은 일제말과 꼭같이 권력의 측근을 줄기차게 맴돌았다. 유네스코 한국대표로 미국을 쏘다녔고 자유당 독재정부에서 중요직책을 맡았다. 그 행태는 공화당 국회의원까지 지내다가 마침내 3.1문화상 수상자가 되었다. 자기추천서를 제 손으로 썼다고 한다.
서정주는 이승만정권의 고위공직자를 지냈다. 전두환정권을 미화 예찬하는 송시를 발표해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아주 분별을 잃은 꼴이었다.
이산 김광섭 시인도 이승만정권 경무대 직속 공보실장으로 충성을 바쳤다. 주요한 시인은 전경련 회장으로 평생 재벌 옹호를 위해 발품 팔았다. 김광균 시인은 아우의 재산을 탈취해서 건설실업 재벌로 살았다.
구상, 박목월도 독재정권 유착 혐의를 받는다. 구상은 박정희와 술 친구로 유명했다. 둘 사이의 은밀한 비화도 많으리라 짐작된다.
박목월 시인은 육영수의 시창작 개인교수였다. 그 일로 거액을 받아 <심상> 시잡지를 창간하였다.
전두환정권 하에선 소설가 천금성이 독재자의 전기를 집필하였다. <황강에서 북악까지>가 그것이다.
김춘수가 순수를 팔아 깡패정권 머슴이 되었고 전두환 퇴임 때 미당과 흡사한 송시를 썼다. 재벌 정주영의 자서전을 이름이 같은 김주영이 대리집필하며 거액과 향응을 받는 특혜를 누렸다.
포철 박태준의 자서전은 작가 이대환이 집필했다.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혜택을 누렸으리라.
김대중정권 이후 민주화세력이 집권한 후엔 시인 양성우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깊은 밤 음주운전 단속경관의 따귀를 때려 말썽이 난 적도 기억한다.
시인 도종환이 장관, 국회의원을 두루 거치고 화제를 뿌렸다. 그는 아직도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문학인이 정치권력 측근에 밀착한 모습은 그리 흔쾌한 심정이 들지 않는다.
설사 그런 기회가 자기 앞에 당도할지라도 문학인이라면 냉철한 분별의 지혜가 필요하리라.
모든 평판은 후대에 낱낱이 가려지게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