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48] 내 휴대폰 담긴 흔적들을 소환해보니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편집위원,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사람은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일종의 흔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사시대 암각화부터 시작해서 일기나 SNS 등에 올리는 내용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흔적 중 하나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살펴보면 꽤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소도 있고 음식도 있다. 구입한 물건들이나 소장품도 볼 수 있으며 사람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의 한 페이지도 있고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에 인화되었던 사진을 재촬영한 것도 있다.
이는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가 사람이든 상황이든 물건이든 오래토록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추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장된 사진들을 보면 그동안 무심했거나 잊혀졌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만일 특정한 시점이나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라면 초심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놓은 흔적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확인시키거나 증명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수도 없이 접하는 사진이지만 사진이 지니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일단 사진은 기억을 되살려 준다. 사진은 일종의 이미지다. 이미지는 글이나 말에 비해 사람들 뇌리에 오래 남겨진다. 또 직관적이라 당시의 기억을 수월하게 회상할 수 있다. 실제로 수십년 전의 일일지라도 그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주고받았던 말이나 행동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진은 상황을 알려준다. 비록 단 한 장의 사진일지라도 사진 속 배경과 표정 그리고 모습을 보면 직접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그 상황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사진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폴란드를 방문하여 유대인들의 추모비에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수상을 찍은 사진을 보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직접 실험해 봐도 된다. 먼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 중 즐거웠던 장면이나 보고 싶은 사람이 포함된 사진을 몇 장 선택해보면 된다.
다음으로 왜 그 장면이 즐거웠고 왜 그 사람이 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거나 자신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이 포함될 것이 틀림 없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들을 저장해놓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당신의 어떤 면과 어떤 행동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기에 저장해놓았을까?
그리고 지금의 당신은 그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당시의 당신과 달라진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자. 때론 꼼꼼히, 때론 차분히···.
그들이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유와 배경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답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