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51] 코로나시대 ‘투명인간’의 쓰임새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영국의 소설가 웰스(H. G. Wells)는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약을 발명하고 투명인간이 된다.

H.G 웰스의 공상소설 <투명인간> 표지

물론 현존하는 과학이나 의학기술로는 이와 같은 투명인간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어렸을 때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울러 비록 상상 속이지만 투명인간이 되어 그동안 갈 수 없었던 공간을 넘나들거나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투명인간이 소설이나 상상 속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투명인간도 있다. 주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거나 없는 사람으로 치는 경우다. ‘왕따’, ‘아웃사이더’, ‘깍두기’ 등과 같은 은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투명인간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또 다른 성격을 지닌 투명인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COVID-19 백신접종을 모두 마치고 2주가 지난 접종완료자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각종 모임에서 인원수의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인원수에 포함되지 않아 세간에서 투명인간으로 불리워지는 것이다. 백신접종률에 따라 이러한 투명인간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백신접종으로 인해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개인은 오늘날 활동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더 넓어졌다. 그리고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크기도 하다.

이들 역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여러 모임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고 초대의 자리에도 비교적 편하게 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곧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명인간이 되어 새롭게 맞이하는 일상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달라진 일상의 한 켠에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여러 핑계를 대며 무관심했거나 무시했던 주변의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투명인간의 이점을 살려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표현하고 대화를 하며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의미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움직임이다.

상대방에 대한 개별적인 배려나 지원 혹은 감사의 표현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행동이라 쑥스러워 주저하게 된다면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자신감과 함께 강력한 실행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

비록 어릴 적 상상 속의 투명인간 그리고 소설 속 투명인간은 아니지만 너스레를 떨며 투명인간이라는 호칭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면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과 머뭇거렸던 행동을 해보자. 단어가 지니고 있는 힘은 이럴 때 발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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