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46] 변화의 시작과 성공은?···’착안대국 착수소국’
당신은 무엇부터 바꿔보시겠습니까?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편집위원, 현대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링 위에 올라와서 두들겨 얻어맞기 전까지는.”
핵주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의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금 조직의 리더들은 이 말이 먼 나라의 이야기나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흘려들을 수만도 없다. 현재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환경과 상황이 달라졌고 고객의 니즈는 물론, 조직 내 세대변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존에 수립된 여러 가지 계획들은 수시로 수정되고 변경되어 그야말로 계획이 유명무실해진 경험도 했다.
이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발생과 유행 속에서 마주하게 된 내용이며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개인과 조직의 상황은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례로 조직의 구성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재택근무 등과 같은 비대면 상황에 노출되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 리더십,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도 했다.
한편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전감, 스트레스 관리, 성과지표, 평가, 신뢰, 소통 등과 같이 그동안 조직행동 측면에서 기본값으로 다루어졌던 요소들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시험대 위로 올려놓았다. 더군다나 눈앞에 놓인 시험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과 내용이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에 대한 마땅한 가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다만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변화를 위해 대입해 볼만한 몇 가지 내용들은 있다.
먼저 구성원 사이에 티키타카(tiqui-taca)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같은 팀 선수들 간에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의미를 지닌 ‘티키타카’는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록 구성원들과 마주하는 경우는 줄어들었지만 이른바 스몰토크(small talk)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더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비대면 상황에서라면 사내 메신저를 포함해서 이미 일상화된 SNS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리더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 스킬은 창의적이고 세련되어야 한다. 구성원에게 개별화해 발휘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구성원들을 밀착 관리(micro management)하는 것이 아니라 밀착해서 돌보는(micro care) 것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그들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감도 할 수 있고 적시적절한 지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직무 적합성(P-J Fit : Person-Job Fit)을 높여야 한다. 이는 개인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또는 개인의 욕망이 해당 직무의 특성과 일치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적합성의 정도에 따라 직무몰입, 성과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렇다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구성원들의 P-J Fit을 높이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위 말하는 신기술 습득(reskilling)과 숙련도 향상(upskilling)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준비했던 많은 조직과 개인들의 허를 찔렀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로 인해 약한 부분도 드러났지만 반대로 강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바둑 용어 중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말이 있다. 거시적으로 보되 한수 한수는 세심하게 놓으라는 뜻이다.
조직문화와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했다면 지금부터는 선을 명확하게 긋고 어울리는 색을 선택해서 칠해야 한다. 이왕이면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변화는 결국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