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44] “당신은 무엇에 감사하고 계신가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일상에서의 행위가 있다. 바로 감사메모를 쓰는 것이다. 많이 쓰지도 않는다. 하루에 딱 다섯 가지다.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2년이 조금 넘었다. 계산해보니 감사메모를 쓰기 시작한 지 764일이 되었다. 그동안 썼던 감사함의 개수는 지금까지 총 3820개다.
물론 필자 개인의 자료이기는 하나 ‘감사’라는 단일 주제와 관련해서 4000여 개 가까이 되는 자료는 단기간에 수집되기 어렵기도 하고 그동안 무엇에 감사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의 메모를 펼쳐놓고 살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왔다. 값비싼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커피 한 잔 정도에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왔다. 유명인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지만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훨씬 더 많았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을 때에도 감사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나니 무엇에 감사하는지가 보였다. 먼저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할 수 있는 것, 주어진 것,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선택이나 결정 등도 포함된다. 주어진 것은 별다른 노력 없이 생긴 것도 있지만 노력으로 인한 것이기도 했다. 가지고 있는 것 역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 등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발견된다.
다음으로 관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은 물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사람에 대해서도 감사했다.
돌이켜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식사하고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도움을 주고받은 사람들 역시 감사의 대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감사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상황일지라도 긍정적으로 보면 감사할 일은 많다. ‘컵에 물이 반이나 채워져 있네.’ 정도의 감사가 아니라 그 컵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껴볼 일이다.
이와 같은 감사의 효과(gratitude effect)는 심리학에서도 발견된다. 잘 알려진 실험 중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에몬스와 마이클(Emmons, Robert A; McCullough, Michael E.)의 ‘일상 속에서의 행복’(An experimental investigation of gratitude and subjective well-being in daily life)이다.
이들은 실험집단에 속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감사일기를 쓰도록 했는데 감사일기를 쓰지 않거나 일반적인 일기를 썼던 통제집단과 비교했을 때 감사일기를 쓴 참가자들은 감정적으로나 대인관계적으로나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는 학문적인 연구나 실험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금융인이자 기업인이었던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의 말이다. 필자의 지난 경험 외에도 많은 이들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행복으로 가는 문을 열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