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40] 당신이 탄 버스는 제대로 가고 있나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버스가 도착했고 빈 자리도 많았지만 타지 않았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방향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정류장이나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거나 힘들다고 해서 아무 버스나 타는 경우는 없다.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가려는 목적지나 방향이 일치하는 버스가 도착해야 비로소 요금을 지불하고 그 버스에 오르는 것이다.
반면 뛰어가서라도 타야 하는 버스가 있다. 이미 탑승해 있는 승객이 많아도 개의치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방향이 맞기 때문이다.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면 조금 기다리거나 뛰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선택과 행동이 비단 버스를 타는 상황에서만 나타날 리 없다. 자신의 삶이나 일 속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뛰어가서 타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택도 상대적으로 조급한 편이다. 기다리거나 힘이 들면 눈 앞에 있거나 손에 잡히는 것에 현혹되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일에 있어서 목적과 방향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데도 종종 이를 망각하거나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자기 자신과 타협하거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목적과 방향을 확인해봐야 한다. 이를 일컬어 미션(mission)이라고도 하고 비전(vision)이라고도 한다. 물론 가치(value)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미션과 비전 그리고 가치에 기반해서 도출된 목표(goal)는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생애주기(life cycle)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에 따라 변경되기도 한다. 만나는 사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목적이나 방향 없이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 개인에게 있어 삶과 일이 더 이상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줄지어 오르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니라 여러 개의 목표와 과정을 통해 다다르는 등로주의(登路主義)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만일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 버스로 가보자. 여타의 사정으로 인해 혹여나 가고자 하는 목적지나 방향이 다른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
더 늦기 전에 혹은 더 멀리 가기 전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리지 않는다면 목적지나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일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이 바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지금 타고 있는 버스에서 내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목적과 방향을 다시 확인해보거나 재설정하는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했다면 더 멀어지기 전에 환승을 해야 한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과 정류장의 간격은 길지 않고 환승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당신의 삶과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