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36] 당신은 어떤 선(線)을 그어 놓으셨나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당신은 어떤 선(線)을 그어 놓으셨나요?”
운전하면서 정지선을 지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운전자의 행위다. 그러나 우리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선을 지키지 않거나 선을 넘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는 비단 도로 위에서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누군가와 다툼을 한 경우 상대방이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질 것 같을 때 상대방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도로 위에 그려진 정지선과는 달리 일상에서의 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상대방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많은 선들을 그어놓았지만 상당 부분은 중복되어 있고 대부분 그어진 선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복된 선들은 대개 일상의 경험이나 각종 교육 등을 통해 알게 된다. 윤리나 법, 규칙 등이 그렇다. 그리고 중복된 선들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미 삶에서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명확해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선을 지킨다.
그러나 개인이 그어놓은 선은 조금 다르다. 더군다나 개인의 성향이나 배경, 경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 사람과는 문제가 없었지만 저 사람과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들은 어떻게 확인하고 지킬 수 있을까?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는 것이 좋다. 이는 그동안 해왔던 자신의 익숙한 언행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내세울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어놓은 선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선들을 피해가거나 지키는 사람들을 보고 센스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 센스라는 것이 저절로 생길리가 만무하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생긴다. 선이라는 것은 일종의 기준이고 약속인데 이를 무시한다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이지만 학창시절 같은 책상을 쓰는 친구가 책상에 선을 긋고 물건이 넘어오면 자신이 갖겠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서로가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꽤나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서로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책상 중앙에 선명하게 보이도록 그어진 선은 없다. 대신 지켜야 할 선과 넘지 말아야 할 보이지 않는 선들은 더 많이 생겼다.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센스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